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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읽기 공부 실천법--제1장: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기술이다<1>

리첫 2019. 9. 21. 16:38

7번 읽기 공부 실천법--제1장: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기술이다<1>

 

목표를 구체화하라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국가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우연히 본 <관료들의 여름>이라는 NHK 드라마가 그 계기였다. 원작은 시로야마 사부로의 소설오 일본이 고도 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에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 관료, 즉 국가공무원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일본이 아직은 개발도상국이던 그대, 통상산업성 사람들은 국제통상파와 국내산업 보호파로 나뉘어 대립한다. 하지만 그 대립은 자신이나 자기 조직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나라를 더 잘살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였고, 그 대의를 향해 서로가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내게 신념과 각오를 품은 그들의 모습은 마치 의로운 현대판 무사처럼 보였다. 남들은 어떻게 봤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고, 바로 그 이유로 국가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부모님 말씀에 따르면 그들 대부분이 도쿄대 법학부 출신이라고 했다. 그 말씀을 듣고 ‘그렇다면 나도 도쿄대 법학과에 가야겠군.’하는 생각이 스쳤다. ‘도쿄대에 합격하려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는걸.’

 

초등학교 시절에는 주변을 보면 ‘운동을 잘하는 아이’나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처럼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친구들이 있었다. 내 캐릭터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다. 공부를 엄청나게 잘해서라가기보다는 운동 잘하는 아이도 아니었고, 그림 잘 그리는 아이도 아니었기에 그냥 그쪽에 포함됐던 듯싶다. 아이들은 캐릭터별로 나누길 좋아하고, 또 어른보단 마음도 좀 후하지 않은가.

 

당시 공부 머리로만 따져본다면 내게 도쿄대 법학과는 ‘언감생심’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나는 주저 없이 그 꿈을 품었는데, 그것 역시 초등학생다운 단순함 덕이었으리라.

 

내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의사다. 어린아이에게 부모님은 가장 가까운 존재인 법이다. 국가공무원이 되겠다고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막연하게 ‘의사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해부가 너무 무서웠다. 6학년이 되고 얼마 안 되어 해부 수업이 있었는데, 그 후로는 의사라는 직업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그 드라마를 접하고 대번에 꽂히고 만 것이다.

 

국가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초등학교 6학년의 어느 날, 나는 한 신문기사를 발견했다. ‘올해 재무성(한국의 기획재정부)에 입사한 21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재무성 입사자 수는 해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해에는 21면이었다. 그 기사를 읽고 나는 꿈을 좀 더 구체화했으며, 의욕에 불타올라 이렇게 외쳤다.

 

“21인 중 1인이 되고 말 테다!”

 

나는 ‘21’이라는 숫자를 종이에 적어 책상 앞에 붙여두었다. 막연히 국가공무원이 되겠다고 하던 생각에서 ‘재무성’이라는 하나의 기관으로 목표를 더욱 구체화한 셈이다. 물론 어린 나이에도 그 21명 안에 들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재무성 입사자 21명안에 들려면 ‘진짜로’ 도쿄대에 가야 해!”

 

사실 재무성 사람들 중에는 도쿄대 출신이 아닌 이들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대다수가 도쿄대 출신이다. 다수에 속해야 가능성이 더 높을 테니 도쿄대에 들어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으로 보였다. 초등학교 6학년이 용케 거꾸로 계산해서 도쿄대에 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도쿄대 문과 1류의 입학생 수가 500명 정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도쿄대는 문과와 이과로 나뉘고, 각각이 3개 계열로 다시 나뉘어 있었다. 전체 정원이 3,000명이니 각 계열 정원은 500명이 된다. 법학부가 문과 1류였으며 도쿄대를 대표하는 학부이기도 하다.

 

나는 “도쿄대 법학부에 입학하려면 500명 안에 들어야 하고, 재무성에 입사하려면 21명 안에 들어야 하는구나”라고 혼자 되뇌어 보았다. 그때까지 내가 세워본 목표라고 해봐야 ‘이번 시험에선 꼭 100점을 맞아야지’하는 것 정도였다. 먼 미래를 염두에 두고 목표를 생각해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은 반드시 이뤄야겠다고 다짐한 목표라기보다 막연한 꿈에 가까웠다.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는 “실현할 수 있고 과도하지 않은 목표를 설정하라”고 말했다. 그런 원칙이 있었기에 일본인으로서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말은 현실감이 없는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면 노력을 덜 하게 된다는 의미다. 마음 한구석에 ‘어차피 안 될 텐데, 뭐’하는 생각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딱 그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