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읽기 공부 실천법--현실적인 도전을 선택하라<3>
지금 돌이켜보면 중학교 시절의 공부법은 무척 어설펐다. 하기야 초등학교를 갓 지나온 터라 공부법이란 게 따로 있을 리 만무하지만 말이다. 아직 7번 읽기 공부법도 확립하지 못했고 그저 막연하게 시험에 대비하여 공부하는 수준이었다. 전교 1등이라는 성적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결과였다. 지방의 공립 중학교였으니 대도시의 명문 학교들처럼 공부를 엄청나게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커다란 전환기가 찾아왔다. 나는 사회인이 된 지금까지도 평생 ‘학원’이라는 곳을 다녀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 실력을 가늠해보고 싶어서 전국 모의고사에는 응시해 봤다. 처음 응시한 게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단순히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려는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전국1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참고로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그런 성적을 받은 적이 없다. 그 시험에서는 내 실력보다 운이 따라줘서 놀라운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면 역시 같은 시에 있는 삿포로미나미고등학교에 진학할 생각이었다. 비록 지방 고등학교이긴 하지만 홋카이도에서는 손꼽히는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였다. 내 머릿속에 그려진 프로세스는 이랬다. ‘삿포로미나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대 법학부에 들어간 후, 재무성에 임사하다.’
그런데 전국모의고사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고 난 뒤, 생판 모르는 한 학원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그 선생님은 몇 가지 이야기 끝에 이렇게 물었다.
“도쿄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생각 없니?”
홋카이도를 떠나 다른 곳의 고등학교, 그것도 도쿄의 고등학교로 가다니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선택지였다. 당시 내 주면 친구들은 대부분 고등학교까지는 고향을 떠나지 않고 진학했기 때문이다. 고향이나 부모님 집을 떠나는 건 대개 대학교에 진학하면서다. 뜻밖의 제안을 받은 나는 그저 어안이 벙벙하기만 했다. 그리고 걱정도 됐다 “도쿄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때부터 입시 학원에 다니며 치열하게 공부했을 게 분명하다. 그런 학생들 틈에서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몇 번이고 생각을 거듭하는 사이에 점차 그 학원 선생님의 제안에 현실감을 느끼고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나의 꿈은 국가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그 꿈을 이루려면 도쿄대법학부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도쿄대 입학생을 많이 배출한 도쿄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도쿄의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는 것은 내게 커다란 도전이었다. 삿포로에서 태어나고 자란 여자 중학생이 홀로 도쿄로 간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물론 삿포로라고 해도 완전히 시골 동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도 도쿄에 비하겠는가. ‘도쿄의 유명 고등학교 아이들은 굉장히 공부를 잘할 것이다’ 라는 미지의 두려움도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로부터 말하자면, 나는 도쿄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쓰쿠바대학 부속고등학교에 무사히 합격했다. 그 순간부터 ‘나는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해, 안 그러면 평균도 안 될 거야’라는 두려움이 더욱 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