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읽기 공부 실천법--환경의 압박감을 이용하라<4>
삿포로에서 도쿄로 상경할 수 있었던 데는 한 가지 커다란 이유가 있었다. 요코하마에 할머니 댁이 있었고, 내가 거기서 지내도록 허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도코로 가는 건 좋지만 혼 자 생활하기에는 넘 어리다고 생각하셔서 그렇게 조치를 취해주셨다. 요코하마와 도쿄는 전철로 연결되어 있고, 집에서 학교까지 편도로 1시간 정도였기 때문에 통학 여건이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처럼 간단하게만 생각하고, 도쿄 생활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무모함 덕에 도쿄로 상경하겠다는 결단이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 입학 시험에서는 성적이 어덯게 나왔는지 모른다. 다만 입학식에서 수석 입학생이 대표로 인사를 했기에 내가 수석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았다. 입학식 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나보다 똑똑해 보여 왠지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남들보다 더 노력하지 않으면 평균에도 못 미칠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그 고등학교에서는 실제로 해마다 수많은 도쿄대 입학생을 배출한다. 그러니 틀림없이 삿포로의 중학교 시절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훨씬 많이 모여 있을 터였다. 지금가지의 두려움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환경이 잘 맞았다.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환경이 압박감을 주긴 했지만,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두려움이 나의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1학기의 첫 번째 시험을 맞이했다. 그런데 쓰쿠바대학 부속고등학교에서는 시험 성적을 절대평가로 매겼다. 즉 성적표에 등수가 표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른 학생과 성적을 비교하는 게 아니라 ‘내일의 나와 싸운다’는 방침이었다. 처음에는 내 성적이 어느 정도의 윛에 있는지를 종잡을 수 없어서 막막함을 느꼈다. 경쟁 상대를 정확히 찾아낼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점차 ‘나와 싸우는’ 방식에 적응해갔고, 두려움을 극복할 유일한 수단으로 공부에 몰두했다.
쓰쿠바대학 부속고등학교는 국립 고등학교라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 사이엔 당연히 도쿄대를 준비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나도 그 분위기에 합류하면서 주변의 동급생들만큼 고우하면 자연스레 도쿄대에 갈 수 있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게는 무척 다행스러운 환경이었다.
지방의 고등학교에서도 재수를 거치지 않고 도쿄대에 합격하는 학생도 간혹 있다. 그런 학생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도쿄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유명 인문계 고등학교와 달리, 거의 자기 힘만으로 합격을 거머쥐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이야말로 천재에 가까운 부류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고등학교 1~2학년까지는 학교 시험에만 충실했다. 도쿄대 입학이라는 목표를 잊은 적은 없지만 입시공부의 정석으로 알려진 교재를 산 적도 없다. 당시는 ‘아카혼’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빨간 표지의 교재가 무척 유행이었는데, 대학별 본고사의 기출문제와 모법답안, 전략 등이 담겨 있었다. 대부분이 그 책을 한두 권은 가지고 있었고 기출문제도 열심히 풀곤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교과 과정에만 집중했다.
내가 도쿄대 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3학년 때부터였다. 도쿄대 법학부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이기는 해도 고등학교 3년 내내 그 긴장감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도리어 나중엔 진이 빠져서 ‘될대로 되라’하는 심정이 되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이전까지는 학교 수업과 과제에만 철저히 집중했다.
게다가 나는 거의 100퍼센트 교과서로 공부했고, 입시 학원도 전혀 다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