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를 준비하는 7가지 공부 습관<2>
직장인을 위한 공부 기술은 따로 있다
본문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사람은 나이에 따라 두뇌의 기억 메커니즘이 달라진다. 그래서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법과 성인을 위한 공부방법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점을 무시하고 학생 때처럼 지식을 통째로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든다면 목적했던 성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성인은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따로 익혀야 한다.
보통 나이가 들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새로운 것을 익히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배우고 익히는 데 무관심하기 때문이지 능력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택하고 꾸준히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언제까지나 건강하고 젊은 두뇌를 유지할 수 있다.
나는 정신과 전문의라는 본업 외에도 효과적인 공부방법에 대한 연구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처음으로 집필한 <대입고사 잘 치는 법>이라는 책이 뜻밖에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 후로 내놓은 책들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편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 나름대로의 학습 아이디어를 적용해서 교육을 해보았는데, 상당히 효과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학자로서 연구해온 인지심리학, 교육심리학의 이론과 내가 주창한 학습방법을 접목시켜 직장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기계발서를 출간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암기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그렇지만 사실 내가 제시한 공부방법은 교육학자들의 신랄한 비판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그들이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부분은 내가 암기를 바탕으로 한 공부방법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나는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답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수학 공부라고 믿는 학생들에게, 해법을 많히 외우는 것이 수학을 잘하는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교육학자들은 물론이고 수학자들까지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많은 사람들이 현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지적한다. 암기를 중심으로 학력을 평가하고 그에 맞게 공부하다보면, 당장은 점수가 좋게 나올지 몰라도 사고력과 창의력은 발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암기식 공부를 저극 강조하고 추천했으니, 어찌 보면 집중공격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뜩이나 암기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고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판에 사고력을 키워야 할 수학에서까지 공식을 달달 외우라니, 학자들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황당한 주장이었을 것이다.
사실 ‘주입식 교육’에 대한 논란은 교육학자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있어왔다. 결국 1976년, 일본의 문부성 산하 교육심의회는 이른바 ‘유도리(여유 있는, 융통성 있는) 교육’을 제창하여 교육 개혁을 통해 초중고 커리큘럼을 대폭 줄였다. 국공립의 초중고에는 순차적으로 주5일 수업이 도입되었고, 수업시간도 30퍼센트 가량 줄었다. 학생들의 부담을 덜고 창의력과 개성을 신장시킨다는 취지에서 행해진 조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력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리고 190년대에 접어들자 실제로 학생들 사이에 심각한 학력 저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최근 <도쿄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에서 일본 학생들의 기초 학력 저하에 대해 냉철하게 꼬집은 바 있다. 융통성이 있는 교육제도가 대학생들의 급격한 학력 저하를 불러왔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요미우리신문에 의하면, 일본 전역의 479개 대학 학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퍼센트가 대학생의 학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수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답변도 82퍼센트에 이르렀다.
미국의 경우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학생들의 학력 저하에 실망한 학부모들이 암기나 작문 등 전통적인 교육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육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지식 습득에 있으며,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엄격한 교과과정이 있어야만 하나는 것이다.
결국 학생들에게 ‘스스로 배워서 생각하는 힘, 풍부한 인간성, 건강한 체력’을 키워주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유도리 교육은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