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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를 준비하는 7가지 공부 습관<14>

리첫 2019. 12. 30. 10:13

10년 후를 준비하는 7가지 공부 습관<14>

 

경험을 지식으로 만드는 체험기억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는 자신의 기억력을 걱정하지 않는다. 웬만한 것은 저절로 기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암기식 공부를 해야 하므로 사람에 따라 점차 기억력에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만일 이 시기에 공부한 것을 외우지 못해 성적이 나빠지거나 하면, “나는 머리가 좋지 않아, 기억력이 나빠.”라고 자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나타난 현상일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외우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 진행 속도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올라가면 우리가 흔히 통째로 외우기라고 부르는 단순기억 능력은 조금씩 덜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빠른 사람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부터, 늦은 사람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조금씩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이때부터 기억력이 나빠진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여태까지와는 다른 기억 패턴이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에피소드 기억’이다.

 

에피소드 기억이란 특정한 시공간적 맥락에서 자신 또는 특정인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에 관한 기억을 말한다. 의미기억이 단어의 뜻과 같은 단순한 지식을 기억하는 것인데 비해서, 에피소드 기억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기억하는 것으로 다른 동물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가슴 깊이 새겨진 체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예를 들어, 집에 불이 나거나 크게 사기를 당한 기억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처럼 체험을 통해 각인된 기억은 어린 나이에 경험한 것일수록 희미하다.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의 기억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대체로 만 4, 5세에 일어난 일을 가장 오래된 기억으로 떠올린다. 부모들은 흔히 “어렸을 때 00에 데리고 갔었잖아. 기억나지 않니?”라고 아이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다그쳐봐야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 시기에는 의미기억이 주를 이루고 에피소드 기억은 거의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점점 나이가 들고 에피소드기억이 우위를 차지하면 차츰 ‘이해’라는 과정이 중요해진다. 이해를 하고 나면 암기를 하기가 한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학창시절 배웠던 수학 공식을 떠올려보면 잘 알 수 있다.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외운 공식은 기억이 잘 나는 반면, 무작정 외운 공식은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깨끗이 잊혀지곤 했을 것이다. 역사나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통째로 외우려고만 하면 금방 한계에 부딪히게 되므로 원리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억한 것을 오래 보존하고 싶다면 확실한 에피소드기억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어 적용해야 한다.

 

학창 시절 싫어하는 선생님이 가르쳐준 내용은 아무리 노력해도 외워지지 않는 반면, 같은 내용이라도 젊고 예쁜 선생님이 가르쳐주면 묘하게 기억이 잘 되곤 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에피소드기억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에피소드에서 저마다 받아들이는 요소가 다르다. 같은 수업을 들으며 같은 체험을 한 학생들이라 해도 그들이 기억하는 내용은 각기 달라진다. 어떤 학생은 선생님의 옷차림과 말투는 기억이 나는데, 수업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반면, 어떤 학생은 수업이 무척 지루하고 재미없었다는 분위기만을 기억하기도 한다.

 

수업 시간에 사랑을 노래한 서정시를 배우고 “이 부분은 이런 감정이 아니었을까?”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가정하자. 사랑에 빠져본 경험이 있거나 감정이입이 잘 되는 학생은 시의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아 쉽게 외워질 것이다. 그러나 시에 별 관심이 없는 학생이라면 시가 마냥 유치하게 느껴질 뿐이 그 수업을 통해 아무것도 배울 수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체험과 사물을 연관시키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젊은 시절처럼 단순아미기를 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모두가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기억력의 메커니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고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저 여러 나라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여러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것보다 다양한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게 여러 모로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영업사원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고객을 대하지 반응이 이러했다.”라는 체험사례를 많이 알고 있으면 영업활동을 하는데 유리하다. 영업사원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업사원은 고객의 반응은커녕 첫인상을 기억하는 데 급급하다. 만일 세심한 부분까지 모두 기억할 수 있다면 다양한 비즈니스 패턴을 익혀 그 노하우를 다음 영업활동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지식을 얼마만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체험을 얼마나 선명하게 머릿속에 정리하는가에 달려 있다. 기억하는 방법이 바뀌었으므로 중점을 두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나는 책을 읽으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잘 기억하지만 저자 이름은 이상하리만큼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책의 내용이겠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기억력이 나빠졌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것은 대부분 기억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단순암기를 하지 말고, 에피소드 형태로 기억하는 쪽으로 방법을 바꾸면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