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쉽게 가르치는 기술<2>

리첫 2020. 1. 13. 10:36

쉽게 가르치는 기술<2>

 

프롤로그(Prologue)

 

가르침은 함께 희망을 노래하는 것

 

‘가르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주저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르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20년 넘게 강의를 해 온 내가 느끼는 ‘가르침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

 

가르치면서 성장하고 배움으로써 진보한다

 

요즘 부하 직원이나 후배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상사나 선배의 입장에서 보면 후배나 부하를 가르치는 일이 ‘쓸모없는 일’일지 그러나 정말 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쓸모없는 일일까?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지고 이직이 당연시되는 세상이다. 상사나 선배가 일하는 방법을 열심히 가르쳐 주어도 ‘이 일은 나에게 맞지 않아’라며 그만두는 부하가 적지 않다. 그러니 가르쳐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연차 순으로 승진하는 것이 옛날이야기가 되었을 만큼 모두가 경쟁자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후배라는 생각에 자신의 노하우를 이것저것 가르쳐 주면 그것이 오히려 자신의 목을 조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은 매우 단편적이고 편협한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아까워하지 않고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훨씬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물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은 적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불쾌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상대방을 가르치는 동안 배우는 사람이 가르치는 사람에게 가지는 신뢰도는 높아지고, 이런 신뢰도는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큰 자산이 된다.

 

잘 가르치는 사람이 성공한다

 

<홀랜드 오퍼스(Mr. Holland's Opus)>라는 미국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작곡가를 꿈꾸지만 생활비 때문에 음악 교사가 된 남자의 인생을 그린 영화다. 그는 생활비 때문에 교사가 되었지만 점점 가르치는 일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새 작곡가로서가 아니라 음악 교사로서 중년이 되어 간다는 이야기다. 영화의 절정은 그가 은퇴하는 날이다. 은사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가르쳐 온 학생들이 모두 강당에 모인다. 그 순간 주인공이 느낀, 기쁨은, 똑같이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나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것이었다.

 

가르치는 것의 매력은 배우는 사람들의 신뢰도가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신뢰도는 높아졌다 하지만 실제로 눈에 보이는 이익이 없다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큰 착각이다.

 

가르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어떤 조직 안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 수많은 조직에서, 능력은 뛰어나지만 자신의 노하우를 누구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고 개인행동을 하는 사람보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주위의 사람에게 전달하는 사람에게 더 후한 대우를 해 준다.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가 전체 조직에 훨씬 더 큰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사람에게 가르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조직에서 리더가 된 사람이 있나? 물론 단기적으로 잘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사람은 대부분 오래 가지 못하고 언젠가는 도태된다.

 

이렇게 ‘전달하는 능력’과 ‘가르치는 능력’을 ‘파급력’이라고 부른다. 정말로 우수한 상사는 부하의 이런 파급력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파급력이 있는 사람의 신뢰도가 높고 그에 따라 그 사람의 지위나 급여가 올라간다. 가르친다는 것은 오로지 주기만(GIVE)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엄청나게 받고(TAKE) 있다고 할 수 있다.

 

가르치는 일의 즐거움

 

내가 20년 이상 가르치는 일에 몸담고 있었던 이유는, 한 마디로 가르치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동안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아무래도 가르치는 일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우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추석이나 설날, 크리스마스같이 쉬는 날이 없이 오로지 공부와 일뿐이었다. 20대에는 놀았던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다. 잠도 못자고 열심히 노력해도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이러쿵저러쿵 불평을 듣기도 하고 스트레스성 탈모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지 않은 것은 가르치는 일의 재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행복을 느낄 때는 자신의 존재가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때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르치면서 행복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강의를 열심히 들은 학생이 수줍게 찾아와 “강의 잘 들었습니다.”, “유용한 강의였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 느꼈던 행복감, 처음 만났을 때는 영어와 전혀 관계없는 분야를 지원하려고 했던 학생이 “선생님처럼 영어 선생님이 되려고 공부하고 있습니다.”했을 때의 놀라움 등 셀 수 없이 많은 즐거움과 감동이 나를 이끌어 주었다.

 

가르치는 일은 많든 적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 좋은 가르침을 주었을 때 상대방은 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 한 마디의 말에서 오는 감동과 즐거움은 아마도 가르쳐 본 경험이 없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열심히 가르치자. 가르치는 데 필요한 기술은 이 책에서 아낌없이 전해 줄 것이다. 경험이 쌓일수록 가르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우리는 떠날지라도 가르침은 남는다

 

가르치는 일이 주는 재미에는 자신이 겪었던 문제해결 방식을 다음 세대에 남겨 놓을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다. 내 제자 중에는 나처럼 강사를 하게 된 사람도 많은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가르친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자신이 가르친 부하가 자기가 했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내 아이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와 닮아 있다는 걸 발견하면 왠지 기쁜 것처럼 말이다.

 

생명체의 궁극적인 목적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기기 위해서인 것처럼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다음 세대에 암기는 것에 대해 근원적인 즐거움을 느낀다.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평생 동안 노력해서 겨우 몸에 익힌 것도 누군가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그대로 사라져 버린다. 어차피 사라지는 것이라면 살아 있었다는 증거를 남기는 편이 죽은 뒤에도 보람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과감하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자. 어차피 전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전달해 주자.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 주어야 자신의 존재감을 이 세상에 남기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