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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잘하는 기술<4>

리첫 2020. 1. 15. 11:04

강의 잘하는 기술<4>

 

경험을 콘텐츠로 바꿔라

 

강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런데 강사를 꿈꾸며 찾아오는 수강생들은 대부분 자신의 콘텐츠에 확신이 없다. 이런 경우가 가장 난감하다. 강사에게 콘텐츠는 자신의 브랜드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강사가 되고자 하는 의욕만으로는 프로강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명확한 콘텐츠 없이 강의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강사양성과정에 참여한다. CS 강사양성과정, 리더십 강사양성과정, 소통 강사양성과정, 웃음치료 강사양성과정 등 수많은 강사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수료증이나 자격증을 취득한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된다. 이 자격은 과정을 수료했다는 수준일 뿐이다. 자격을 취득했다고 해서 지금 당장 강의를 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 콘텐츠는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강의로 재탄생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나의 강의로 바꾸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남의 옷을 입고 무대에 서는 것과 같다. 이 모습은 청중이 보기에도 어색하고 불편하다.

 

나는 전국의 시청이나 구청에서 시민강사, 마을강사, 평생교육강사들을 양성하고 있다. 5년 연속으로 강사를 양성하고 있는 기관의 수강생은 매년 늘고 있다. 그리고 여성 참여자가 대부분이었다가 점점 남성 참여자도 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한 구청에서 구민 대상으로 강사양성과정을 시작했다. 첫 시간 모자를 쓰고 앉아 있는 남자분이 눈에 띄었다. 강의가 끝날 무렵 그분이 나를 찾아왔다.

 

“뭐 좀 물어봐도 됩니까?”

“그럼요.”

“제가 여행을 좋아해요. 제가 일하면서 틈만 나면 자유여행을 다녔습니다. 혹시 여행에 관한 강의를 할 수 있나요?”

“네. 괜찮아요.”

“에이, 누가 그런 강의를 듣겠습니까? 놀러 다닌 이야기인데 누가 들으러 옵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그 분은 자신 없는 얼굴과 목소리로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돌아갔다.

 

2주 차 강의를 마치고 과제를 내주었다. 모자를 쓴 남자분이 나를 다시 찾아왔다. 가방에서 A4용지를 한 움큼 꺼냈다. 어떤 자료인지 궁금했다. 넘겨주는 자료를 자세히 보니 세계 여러 나라의 여행지 자료였다.

 

이분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취미 삼아 세계 곳곳으로 배낭여행을 다닌 것이었다. 여행 갈 때마다 모아 둔 자료를 나에게 보여준 것이다. 나는 한글문서로 작성되어 있어서 강의 자료로 만들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곤 며칠이 걸려서라도 모두 강의할 수 있는 PPT 문서로 작성하라고 조언했다.

 

강사양성과정을 마칠 무렵 참여한 모든 강사들의 일정이 잡혔다. 구청의 배려로 강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중국어, 영어회화, 핸드메이드, 시낭송, 판소리 등 다양한 콘텐츠 강사들 속에 자유여행 콘텐츠 강사가 탄생했다.

 

자유여행 강사는 자유여행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아시아, 유럽, 미국 등으로 세분화시켰다. 강의 교안을 구분하고 강의 제목을 지역에 따라 세분화해서 준비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 내용을 만들기 때문에 자신감은 충분했다. 떨리는 첫 강의를 실시하고 이후 5회까지 잘 마무리했다.

 

이후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여행 관련 주제로 강의 요청이 계속 들어온 것이다. 그동안 그분이 취미로 했던 여행이 모두 콘텐츠로 재탄생되기 시작했다. 그분에게 외부강의 요청이 많아지더니 학교 방과 후 수업에도 요청을 받았다. 자신의 취미활동이 전문분야가 되어서 강의까지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말도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실제로 무대에 올라 보니 내가 경험한 사례들이 누군가에는 값진 정보가 된 것이다.

 

강사의 콘텐츠는 전문성 하나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아무리 전문적인 내용이더라도 강사의 해석과 설명을 곁들이면 청중은 이해하고 공감한다. 이때 강사의 경험과 노하우가 청중의 이해와 공감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평생 동안 취미로 배낭여행을 다녔던 중년이 그 취미를 통해 강의도 하고 수익까지 창출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상당한 시간 동안 경험했다면 당신은 전문가다. 스스로 그런 믿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최근의 강사양성과정에 한 중년 남성이 참여했다. 30년 넘게 은행에서 근무하신 분이었다. 강사양성과정에 참석한 이유를 물으니 명확하게 답을 하지 못했다. 그냥 막연하게 강사나 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참여한 것이었다. 사실 이런 분들이 많다. 그분은 30년 동안 꾸준히 직장을 다닌 것 외에는 다른 취미도 없고 특별한 경험도 없다고 했다. 나는 30년 이상 근무할 때 어떤 일을 했는지 모두 적어보라고 요청했다.

 

일주일 후 그분은 직장에서 자신이 했던 업무를 적어서 과제로 제출했다. 나는 그 분의 은행 업무를 놓고 대상자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구분했다. 예를 들어, 청년들에게는 적금과 저축에 대한 이해와 설계, 사회초년생이라면 내0 집 장만 필요한 정보와 계획 들 대상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구분한 후 그분에게 자신이 있거나 해 보고 싶은 강의 분야를 선택하라고 했다. 그분은 곰곰이 생각한 뒤 자신의 또래들에게 노후설계를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년퇴직 후 남은 삶을 위해 어떻게 재테크해야 하는지 알려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떨리고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했지만 청중들의 반응에 그분은 자신감을 얻었다. 청중들은 자신의 재정에 맞는 질문을 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의 상황에 적응해 보고 도움을 받고자 한 것이다. 강사는 자신의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모든 질문에 대답할 수 있었다.

 

자유여행 강사님과 재테크 강사님은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자유여행 강사님은 자신의 취미를 통해 일도 하면서 여행도 계속 다닌다. 예전에는 가족의 눈치를 보았다면 이제는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여행을 떠난다. 가족들은 자유여행 강사님이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지 않고, 강의 개발을 위해서 떠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재테크 강사님은 직장생활 30년 내공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강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는데 실제로 바람이 이루어졌다. 자신이 알고 있는 금융정보를 도움이 필요한 주부, 청, 장년, 노년 등 대상에 맞게 알려 주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일이나 취미를 강의 콘텐츠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하면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다. 일이나 취미로 경험한 내용을 낮게 평가한다. 하지만 강의를 하면서 자신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정보와 지식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교육회사에서 매년 사내 강사를 양성했다. 교육회사 특성상 회사 내 강의가 많았기 때문에 사내강사 양성은 필수적인 업무였다. 하지만 사내강사들은 자신의 업무 외에 별도로 강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극적이었다.

 

업무 과다로 불편해하던 사내강사들은 강의를 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현장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이 귀한 이야기로 들어 주기 때문이다. 소소한 이야기인데 청중들은 울고 웃으며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러니 사내강사들은 강의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강의로 인해 사내강사들은 전문가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강사의 콘텐츠는 자신의 브랜드다. 남의 것으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그대로 따라 하게 되면 나는 가짜 강사가 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나의 경험을 브랜드로 만들면 된다. 자신의 경험이 보잘 것 없고, 정보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경험한 것들을 정리해 보면 값진 정보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강사가 되고 싶다면 자신의 경험을 콘텐츠로 가공하면 된다. 자신의 경험을 갈고닦아서 콘텐츠로 담아내면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나만의 강의가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