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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가르치는 기술<3>

리첫 2020. 1. 16. 10:28

쉽게 가르치는 기술<3>

 

가르치는 사람이 명심해야 할 다섯 가지 역할

 

20년 이상 가르치면서 내가 좌우명으로 삼아 온 말

 

대학교 1학년 때 아르바이트로 학원 강사를 시작한 이후, 벌써 20년 이상 가르치는 일에 종사해 온 내가 항상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말이 있다. 그것은 ‘가르치는 사람이 명심해야 할 다섯 가지 역할’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무언가를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학자이면서 배우이고, 예언자이기도 하면서, 엔터테이너이며 또한 의사이기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말은 속담이나 격언처럼 교육현장에서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또는 회사 등에서 부하를 지도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듯하다.

 

나는 이 말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내게 이 말을 가르쳐 준 분은 히토츠바시(一橋) 진학 학원의 원장이신 고(故) 하야시 키요타카(林淸貴) 선생님이다. 이 선생님은 대학 1학년 때 나를 아르바이트 강사로 고용해 주셨던 분으로 스승 중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가르치기 중독’ 환자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를 ‘가르치기 중독’의 길로 유혹한 사람이 바로 하야시 선생님이다. 하야시 선생님 역시 가르치기 중동 환자로 일이 끝나면 종종 아르바이트 강사들을 데리고 ‘술자리에 가서는 가르치는 사람이 명심해야 할 다섯 가지 역할’이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못 들어도 100번은 넘게 들었던 것 같다.

 

가르치는 일에 대한 의미를 그다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나는 속으로 ‘이 아저씨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강사 일을 계속하는 동안 이 말이 주는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정말로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학자이면서 배우, 예언자이면서 엔터테이너, 그리고 의사가 되어야 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이나 지식, 테크닉을 전달하는 게 아니다. 이 다섯 가지 역할을 전부 해야만 진정으로 가르친다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가르치는 사람이 명심해야 할 다섯 가지 역할’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각각의 역할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100을 알아야 1을 가르칠 수 있다

 

하나를 안다고 해서 하나를 가르칠 수는 없다.

 

우선 ‘학자’의 역할을 살펴보자.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가르치는 사람은 공부를 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를 알면 하나를 가르칠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은 100을 알아야 1을 가르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전문 분야인 영어를 가르칠 때 ‘to 부정사의 종류’를 가르친다고 해보자. 이때 to 부정사의 종류만 가지고 학생을 가르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to 부정사의 종류뿐만 아니라 종류별로 각각 어떤 배경과 예문이 있는지,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 여러 문법책에 나와 있는 모든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고서는 학생이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는 일이란 매우 어렵다. 정보를 완벽하게 알지 못하고 표면적인 지식만 가지고 어중간하게 공부한 사람이 설명하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다.

 

가르치는 사람에게 ‘이해하기 쉽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이해하기 쉽다’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에게 엄청나게 많은 지식이 있다는 증거다. 엄청나게 많은 지식이 있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이것은 이런 것이야.”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이 가지는 설득력은 높아진다.

 

반면에 지식의 깊이가 얕은 사람은 사소한 부분에 지나치게 얽매이고 불필요한 주변 정보까지 전달한다. 그래서 어디가 중요하고 어디가 덜 중요한지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이 이해하기도 어렵다.

 

가르치는 사람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배우는 사람은 가르치는 사람의 자세를 꼼꼼히 지켜보고 있다. 부모는 매일 텔레비전만 보면서 아이에게 “공부해!”라고 하면 아이는 반발심만 느낄 뿐이다. 정작 자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선배의 말은 어떤 후배도 듣지 않는다. 자기가 할 일은 뒤로 미루면서 부하에게 “완벽하게 해 놓도록!”하는 상사의 말 역시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교사는 학자여야 한다.’라는 말의 이면에는 가르치는 사람이 먼저 학생, 부하, 후배, 자녀처럼 배우는 사람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말로 가르치기 이전에 행동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먼저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가르치는 사람은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