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권리
아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은 부모라면 누구에게나 실존적인 문제이다. 그 누가 한 사람의 개별 인간인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이것은 늘 이념사적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사안이지만) 국가를 유기체적 본질로 보았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체가 부분에 앞선다.”고 말했다. 국가가 개인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상을 깨뜨린 것이 기독교사상이다. 가정과 개인은 국가라는 보다 큰 존재에 책임을 가지며, 따라서 국가에 독립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런 사상은 (갈등을 빚어 가면서) 기독교 국가에서 발전했으며 역사적으로 아주 다양하게 해석되었다.
상위 권력자에게 부모의 권리를 옹호한 결정적인 첫걸음은 13세기에 토마스 아퀴나스가 내딛었다. 이를테면 그의 논리는 유대인 부모는 아이에게 기독교 세례를 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세례에 앞서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로 창조된 신적인 질서가 존재하는데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땅에서 부모와 아이 사이의 관계는 아이와 하나님과의 관계에 상응한다.
덴마크 자유학교에서 학부모의 권리를 근본적인 원리로 제시한다면, 이는 다음과 같은 종교적 근거를 의미한다. 교육문제에서 부모의 양심은 최고의 권위를 행사할 수 있다. (양심은 신에 대한 부모의 인격적 관계를 통해 형성된 것이고, 이것은 국가나 교회에 대한 관계보다 우선한다.) 이와 같은 학부모의 권리에 대한 개념은 덴마크 학교법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개념은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는데, 여기에서 그룬트비와 크리스텐 콜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 뿌리는 1800년대 경건주의 운동(the pietistic movement)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운동은 믿음과 국가는 별개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는 부분적으로 교육에 대한 계몽주의 사상과 새롭고 자유로운 시민사회를 위한 자유주의와 함께 성장했다.
요컨대 덴마크에서는 법적으로 확정된 교육의 의무가 있지만, 학교교육을 의무사항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교육에 대한 부모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을 집에서 가르치거나(하지만 소수의 부모들만이 이 길을 선택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립학교나 사립학교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학부모 권리에 대한 원칙은 1814년 제정된 최초의 덴마크 학교법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권리는 집에서 자체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권리에 의해 대치될 수 있다’는 규정은 아마도 가정교사를 둘 수 있는 사회 상층부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1830년대에 들어서 보통 사람들도 (경건주의 종파 사람들이 그랬듯이) 집에서 아이들을 스스로 가르칠 수 있다면 의무적으로 학교를 보내야 하는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도 되었다. 1855년 학교자유법이 제정되면서 학부모의 권리는 완전히 확정되었다. 후대의 학교법은 이 원칙을 좀 더 발전시킨 것에 불과하다.
1908년부터는 자유교육을 하는 곳은 어디나 국가가 재정지원을 하는 체제가 갖추어졌다. 국가는 이에 따라 학부모가 권리를 행사할 수 곳은 어디나 그들의 경제적 여건을 따지지 않고 재정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시기와 정황에 맞게 개정되는 국가의 재정지원법은 학부모 권리가 덴마크 학교 정책에서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학부모 권리는 일종의 신앙 문제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덴마크에서는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이는 공립학교에서 흐지부지 이루어지는 합리주의적 종교 수업에 대한 논쟁에서 발전된 것이다. 시민들은 신앙 안에서 스스로 권위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얻었는가 하면, 또 그들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했다. 훗날 이런 문화적 투쟁은 점차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었고, 나아가 교육, 경제, 사회적 관계에 관한 국가의 규정을 둘러싼 투쟁과 정치적으로 성숙한 농민 계층의 자기규정을 위한 투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학부모 권리를 위한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것은 끊이지 않는 신앙 문제였다. 또한 국가와 상부 권력기관과의 관계에서 늘 논쟁적이었던 학부모의 권리 문제였다. 이 맥락에서 1990년대의 회교권 이주자들은 자신들이 세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수업이 부분적으로는 덴마크어로 진행되더라도) 그들이 덴마크 내에 세운 학교에서 독자적으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해줄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었고, 공개적 논쟁이 벌어졌다. 여기서 다시금 강조할 사항은 덴마크의 자유학교는 교육문제에서 가정의 권리와 영향력을 지켜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