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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자유교육<34>

리첫 2020. 11. 8. 19:09

 

 

 

그룬트비와 콜의 이념에 따른 자유학교들

 

덴마크의 사립학교인 프리스콜레는 자유기초학교는 범주에 속한다. 이들은 모두 동일한 법, 즉 자유학교와 사립학교에 관한 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들 학교들은 상이한 역사적 출발점과 학교 설립 이념에 따라 모두 다른 형태와 내용으로 조직되어 있다.

 

이런 학교 중 가장 많은 수는 그룬트비와 콜의 이념에 따른 자유학교이다. 이들은 수업 내용뿐 아니라 일상생활 관점에서도 서로 다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과 학교에 관한 사상에서는, 그룬트비와 콜이 밝힌 바 있고 백여 년 이상 전해 내려온 학교 전통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듯이 몇 가지 공통점도 있다.

 

1) 학부모가 운영한다

 

모든 자유학교들은 오늘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장학재단을 가지고 있다. 이 기금은 누구도 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만일 학교운영 자금 중 잉여분이 생길 경우, 이것은 학교 은행구좌로 들어간다. 모든 학교에는 학교운영위원회와 의장이 있는데 학교운영위원회는 의장과 함께 학교문제를 스스로 결정한다. 따라서 몇몇 자유학교(가톨릭 학교 등)에서는 학교를 설립한 협회나 조직이 학교 의장을 선발하고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것은 학교를 세운 이념적 기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룬트비와 콜의 자유학교에서는 이와 달리 학부모가 학교운영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학교들은 학생과 학부모, 학교를 지원하려는 사람들로 구성된 최고협의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 의장을 선출한다. 의장은 학교운영에 관해 책임진다. 또 하나 공통점으로는 학부모가 학교에 다양한 방식으로 능동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학부모가 교내 정리정돈과 청소를 맡는다.

 

2) 노래와 이야기를 강조한다

 

자유학교는 그룬트비와 콜의 이념을 출발점으로 삼은 최초의 자유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노래부르기와 살아 있는 말로 이야기하기에 중심 가치를 두었다. 이는 오늘날도 여전히 자유학교의 전통으로 남아 있다. 이들은 모국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경청하기를 통해 학생들을 덴마크 사람으로 자라나도록 이끈다. 시와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은 인간적 현존재에서 신화적인 것을 경험하도록 한다. 신화적이란 사람들이 그 뜻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달아보고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진실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룬트비와 콜에게 이야기하기는 다른 것과 비교할 만한 교육학적 방법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야기 형식은 평민적인 요소와 신화적 요소를 출발점과 목표점으로 두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야기 형식은 특정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문제를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이자, 아이들을 인간적인 현존재로 도입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해야 한다.

 

3) 기독교적 전통이 살아 있다

 

자유학교는 기독교가 삶의 기초를 이루는 자리에서 형성되었다. 콜은 스케펜보르흐(경건주의 운동가)가 주님이 인간을 사랑한다고 강조하는 말을 들었을 때 아주 기뻐했다. 그분이 인간을 사랑하며 나아가 자기 자신도 사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그에게 자유를 주었다. 기독교에 대한 그의 이러한 이해는 모든 자유학교에 하나의 서곡이 되었다.

 

앞의 일화는 그룬트비와 콜의 자유학교가 어떠한 이데올로기(교육학적이거나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이거나)도 갖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주님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이데올로기나 의견의 집합체가 아니다. 이것은 평등과 자유를 포괄하는 전제가 된다. 이 자유는 이데올로기적 목표 설정을 통해 제한적으로 쓰일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아이들을 포함해서 모든 인간은 사랑받는 존재이다. 그것은 어떤 어이가 좋은 부모에게 태어나 사랑을 받는 상태와 비슷하다.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자격을 갖추었거나 무엇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어떤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도 아니고 교육을 통해 어떤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도 아니다. 단순히 그 자체로 사랑받음을 뜻한다. 이 말은 아이들이 어떤 세계관이나 교육적 프로그램보다 중요한 존재라는 말이다. 세상에 태어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고, 그 후에 그런 방법들도 있다.

 

기독교는 의견의 집합체가 아니라 많은 삶의 입장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자유학교로서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부모가 그런 입장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죽은 전통이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학부모나 교사에게 믿음의 고백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누구든 인간이라면 마땅히 자유를 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순에 빠지게 된다. 그렇지만 만일 자유학교가 그러한 학교로 남기 위해 자유와 평등과 사랑에 근거해 살면서 앞으로 나아고자 한다면, 반드시 살아 있는 기독교 신앙을 지키고 그 기초를 생생하게 유지하려는 교사와 학부모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부모와 교사에게 기독교적 전통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기독교를 왜곡시키는 길이다. 자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적 상황에 대해 함께 논쟁을 벌이면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