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학의 진정한 고객인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그 조직의 존립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존재를 바로 인식하고, 그들의 필요, 즉 니즈(needs)를 채워줘야 조직을 생존시킬 수 있다. 그 존재가 바로 ‘고객’이다.
그럼 대학의 고객은 누구인가? 대학의 1차 고객은, 대학이 제공하는 수업 품질을 구입하여 사용하는 학생이다. 2차 고객은 대학이 육성한 인재와 탁월한 연구 성과를 필요로 하는 기업과 사회라 할 수 있다. 대학이 생존하려면 학생, 그리고 기업과 사회를 고객으로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고객이 명확해야 고객의 욕구나 불만을 알 수 있고, 고객을 만족시켜줄 수 있다.
지금까지는 대학이 학생을 골랐지만, 앞으로는 학생이 대학을 고르게 된다. 대학은 학생을 입맛대로 골라서 뽑던 시절의 추억을 빨리 잊어야 한다.
지금 우리 대학은 매학기 등록금을 꼬박고박 내주는 학생들을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가? 학생을 고객으로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만족시키고 감동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교수와 교직원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재단, 교수, 교직원이 학생을 고객으로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만족시키고 감동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대학만이 앞으로 살아남게 될 것이다.
무엇이 대학의 경쟁력인지를 알아야 한다
대학의 상품은 무엇인가? 1차 고객인 학생이 수업료를 내고 구매해야 하는 것, 수업이 바로 상품이다. 그리고 2차 고객인 사회와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와, 그들이 원하는 ‘맞춤형’ 연구 성과가 대학의 상품이다.
상품의 경쟁력은 그 품질에 있다. 우리 대학의 상품 품질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4%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국에 4년제 대학만 200개가 넘는다. 그러나 세계 200대 대학에 이름을 올린 대학은 3개에 불과하다. 2008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내놓은 ‘세계 경쟁력 연차보고’에는 우리 대학의 현주소가 담겨 있다. 대학 교육 이수율은 세계 4위인데, 사회요구 부응도는 조사 대상 55개국 중 53위로 거의 꼴찌다.
필자는 대학의 진정한 경쟁력은 ‘수업 품질’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키비 뉴욕시립대 총장은 “대학의 질은 받아들이는 학생보다는 배출해내는 학생에 의해 평가된다.”고 말한 바 있다. 대학의 경쟁력은 학생이 입학할 때와 졸업할 때를 비교해 구체적으로 그들이 얼마나 발전했느냐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의 대학들은 입학한 학생을 자 가르치기보다는, 씨앗부터 우수한 고등학생을 뽑기 위해, 똑똑한 학생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인재들을 ‘밭떼기’ 해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것을 대학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학이 ‘잘 가르치기’ 보다 ‘잘 뽑아오기’에만 주력해온 결과, 대학이 배출해온 인재는 기업으로부터 ‘불량품’ 취급을 받으면서 ‘리콜’ 요청을 받고 있다. 실제로 신입사원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는 대단히 낮다. 2007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응답은 인문 사회계열 졸업자의 경우 70.3%, 이공계열 졸업자의 경우 57.9%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이 길러낸 신입사원 당사자의 생각도 비슷하다. 4년 동안 대학에서 받은 교육에 대해, 53.4%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00경제연구소가 분석한 한국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아이디어 토론에 따르면,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응답자의 21.4%가 ‘교수의 질 향상’과 ‘우수 교원 확보’를 들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맞춤형 실용교육’이 10.2%를 차지했다. 예를 들면, 현장의 필요를 파악하여 이를 토대로 커리큘럼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기업 인턴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사회가 원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어떤 모습인지 그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후 그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대학과 교수의 경쟁 상대인지를 알아야 한다
기업은 비슷한 상품을 들고 동일한 고객층을 향하는 다른 기업들을 경쟁자로 삼고, 시장을 둘러싼 일전을 벌인다. 이 전쟁에서 이겨야 생존할 수 있다. 기업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승부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그러면 대학의 경쟁 상대는 누구인가? 바로 학생들에게 동일한 학과를 가르치는 대학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대학간, 학과간에서 경쟁 기업체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긴장감을 발견할 수 있는가? 다른 대학과의 경쟁에서 이기거나 졌을 때, 그 결과가 교수와 교직원들의 승진과 임금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 대학의 경쟁 상대는 국내외 다른 대학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6.5%가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이 국제 수준과 격차가 ‘있다’고 답했다. 그중 44.3%는 격차가 ‘크다’고 답했다.
조직이 발전하려면 경쟁 상대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목표가 생기고 방법이 구체화한다. 여러분이 몸담은 대학의 구체적인 경쟁 상대는 어느 대학인가? 그 대학, 그 학과를 이기기 위해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경쟁 대학보다 더 우수한 교수 요워을 확보하고, 보다 고객지향적인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더 효과적인 교수방법을 개발하고, 최적의 수업환경을 조성하여 국내외의 라이벌 대학, 라이벌 학과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