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통하는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
흔히 하나의 조직을 인체에 비유한다. 우리 몸에 는 수많은 혈관들이 있다. 혈관을 통해 피가 온몸을 잘 돌아야 생명을 유지하고 활동할 수 있다. 혈관이 막힌 부분은 기능장애가 온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은 상하좌우간에 의사소통이 잘 돼야 건강해진다. 조직의 의사소통은 여러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으며 달려가서 상대방의 골문에 공을 차 넣는 축구 경기와 비슷하다. 선수들에게는 고유한 포지션이 있으며, 감독의 지휘에 따라 공동 목적을 이뤄나간다. 축구팀의 힘은 각 포지션간의 소통, 감독과 선수간의 소통에 달려 있다. 포지션은 달라도 추구하는 목적은 같다.
조직에는 지시나 명령, 기안이나 보고 같은 상향식, 하향식의 수직적 의사소통 채널이 있고 연락이나 회의 같은 수평적 의사소통 채널이 있다. 조직은 이러한 이사소통 활동을 통해 조직 전체가 정보를 공유하고, 합의하고, 협력하고, 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여 공동 목표를 이뤄나간다. 그러나 조직의 규모가 크고 구성원이 이질적일수록, 의사소통은 갈등이라는 장애물과 싸워야 한다. 조직 내부의 다양한 기능간에 수평적 갈등이 생겨나고, 상하간에 수직적 갈등이 생겨나기 쉽다.
우리나라 대학 중에 수직적, 수평적 갈등 없이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공동의 목적을 잘 이뤄나가는 대학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대학들이 수직적, 수평적 의사소통을 이루기 힘든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만큼 갈등이 심한 조직도 없는 것 같다. 재단과 교수간에, 재단과 총장간에, 본부와 단과대학간에, 총장과 교직원간에, 교수와 학생간에 수직적 갈등이 자주 발생되고 있다. 또한 교수와 교직원간에, 학과와 학과간에, 교수와 교수간에 수평적 갈등의 뿌리가 깊다.
이러한 조직에서 일하는 대학 구성원들 중에는 “소통을 하는 과정에 지쳐버려, 일에 대한 열정을 쉽게 잃어버리게 된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떻게 하면 대학이라는 조직에서 서로 말이 통하게 할 것인가? 대학이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구성원 전체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조직의 공동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내 의사소통 구조를 단순화하여 다양한 계층간에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는 전선을 통해 전달된다. 조직의 공동목표를 ‘에너지’라고 하면, 의사소통은 ‘전선’인 셈이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재무장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비즈니스 마인드’라는 말을 많이 쓴다. ‘비즈니스’라는 말은 ‘장사, 거래’를 뜻하며, 기업의 기초가 ‘비즈니스 마인드’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비즈니스 마인드란 무엇보다 ‘합리적 거래’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그로부터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받는 것이 거래다. 받았으면 그만큼 줘야 하고, 줬으면 그만큼 받아야 한다.(‘give & take’의 법칙)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밑지는 장사도 있을 수 없다. 거래는 서로 윈-윈 할 때 성립되고 지속될 수 있다. 어느 한편이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는 ‘불공정 거래’나 ‘부당 거래’는 절대 오래 가지 않는다.
대학은 비영리기관이기는 하지만, 학생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해주고 그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학생과 비즈니스(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은 학생과 매우 합리적인 거래를 해야 한다. 학생이 학교에 내는 수업료에 걸맞은 수업 품질을 학교가 제공하는 것이 바로 합리적인 거래다. 학생들이 대학에 더 좋은 수업 품질을 요구하거나 수업료 인상을 극구 반대한다는 것은, 합리적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합리한 거래는 언젠가 깨지게 되어 있다. 대학이 학생과 합리적인 거래를 해야 대학과 학생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
공정한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들이 무엇이 본업인지, 누가 고객인지, 무엇이 좋은 상품이고 경쟁력인지, 누가 경쟁 상대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고객의 필요를 잘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거래가 유지된다.
대학 정원보다 학생이 많았던 시절의 거래에는 학생의 입장에서 부당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절은 가고, 학생보다 대학 정원이 남아도는 시절이 다가왔다. 이런 시대에는 과거의 '부당한' 거래 방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인거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다.
무엇보다 교수들의 직업관, 책임, 역할에 새로운 해석이 필요해졌다. 학생 위에 군림하려던 권위주의적인 교수상을 스스로 깨고, 학생을 고객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과 공정한 거래(비즈니스) 관계를 이뤄야 한다. 교수들이 적어도 학생들의 수업료에 걸맞은 수준의 수업 품질은 제공해줘야, 학생도 살고 교수도 산다. 교수들에게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해진 것이다. 어떻게 그것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 대학의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이 책에서 필자는 그 점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