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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르치는 교수<9>

리첫 2020. 11. 26. 18:57

 

 

 

학생들이 원하는 교수, 학생들이 싫어하는 교수

 

교수법 강의를 할 때 필자가 참석한 교수들에게 묻는 몇 가지가 있다. “대학 시절 수업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최고의 강의는?”,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최악의 강의는?”, “처음 강의할 때의 추억은?” 등이 그것이다. 그 경험을 동료교수들과 나누도록 하는데, 이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어서 앞으로 당신은 제자들에게 어떤 교수로 기억되고 싶은가?”라고 묻는다.

 

우리는 먼 훗날 우리 제자들에게 어떤 교수로 기억될까? 후일 우리의 제자들은 지금 우리가 가르치는 내용이나 우리의 교수법, 또는 우리 자신을 얼마나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어쩌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또 우리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기억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들의 기억 속에 의미 있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늘 그들이 우리 교수들을, 그리고 우리의 수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봐야 한다.

 

학생들은 교수들의 수업에 대해, 또는 교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필자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 문제를 내고, 수강생들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쓰게 했다. 거기에 나온 학생들의 생각을 정리해봤다.

 

이런 수업은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아요.”

 

* 교수님 혼자서 일방적으로 강의를 한다. 궁금한 게 있어도 끼어들 틈이 없다. 어쩌다 질문이라도 하면 핀잔을 준다.

 

* 교수와 학생간에 상호작용이 없다. 교수는 학생이 이해하든 말든 강의만 하고, 학생은 학생대로 입을 다물고 구경을 한다.

 

* 교수님이 옛날 이야기만 한다.

 

* 수업의 1/3은 책에 줄 치고, 2/3은 동영상을 보는 교양 수업, 등록금이 아깝다.

 

* 툭 하면 바쁜 일이 있다며 휴강이나 대강, 그럴 거면 왜 수업을 맡았나?

 

* 졸리다. 말의 높낮이, 빠르기, 크기가 시종일관 똑같으니 학생들이 졸릴 수밖에---.

 

*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수업계획서에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미리 알려주세요.

 

* 교수님의 취미는 과제 내주기, 과제가 너무 많다. 그거 다 보시나요?

 

* 발표나 팀플레이가 너무 많다. 그거 준비하느라 얼마나 자주 모여서 협동작업을 해야 하는지 아시나요? 결국 능력 있고 희생심 있는 한두 명이 모든 짐을 져야 하는데---.

 

* 타과에서 왔다고 차별하는 수업, 부전공, 복수전공자는 서럽습니다.

 

* 주제와 거리가 있는 이야기만 하다가 정작 진도는 못나가는 수업.

 

*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수업.

 

* 수업계획서와 맞지 않게 진행되는 수업.

 

* 두 시간 내내 단 한 번도 웃음소리가 나지 않고 끝나는 수업.

 

* 잘 안 보이고, 잘 안 들리는 수업.

 

* 가끔 지금 뭘 공부하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드는 수업. 수업을 마친 후에 뭘 공부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 수업.

 

* 교수님이 수업 시작하기 전에, 앞자리 학생에게 지난 시간 어디까지 했지?”라고 물어보는 수업.

 

* 교수님이 수업 내내 교재를 읽는 수업. 저희도 읽을 수 있거든요?

 

* 다른 과목에 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건만 학점은 기대한 만큼 소득이 없다.

 

*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를 했는지 성적이 납득이 가질 않는다. 평가 기준이 애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