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자유교육의 법제화 과정과 쟁점
1. 1950년대 이전
덴마크는 절대군주 치하에 있던 1814년 최초로 ‘일반학교법(General School Law)’을 도입했는데, 이때 지방정부로 하여금 7~14세의 모든 아동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고 그 재정을 부담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조치의 목적은 아이들로 하여금 “그리스도교적 교훈에 따라 선하고 올곧은 인격”으로 자라나도록 하고, 또 “한 국가의 쓸모 있는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데 있었다. 이러한 폴케스콜레(1~10학년을 위한 공립학교)의 목적은 비록 그동안 사회와 학교 현장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1937년까지 변치 않았다.
공립학교는 크게 두 흐름이 있는데, 하나는 시골의 마을학교(Village School)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 학교(Town School)이다. 당시 덴마크는 농촌사회로 전인구(약 백만 명)의 85% 정도가 시골의 작은 마을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1850년부터 1950년까지 백년 사이에 덴마크는 산업화, 도시화의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도회지로 이주했다. 1950년 무렵에는 430만 인구의 반 이상이 도시로 이주했고 3분의 1 정도만 시골 마을에 남게 되었다. 그 사이 생활수준이 점점 더 높아졌고, 비교적 평화로운 상태가 계속되었다. 1849년(민주헌법이 처음 도입되던 해) 이래 정치적 민주화도 꾸준히 이루어졌다. 이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조건에서 학교와 교육이 어떻게 변화했는가 하는 것도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이 글에서는 역사적으로 현재와 좀 더 가까운 시기인 1950년부터 2000년 사이의 전개 양상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2. 1950~2000년 사이 덴마크 사회의 발전 양상
이 시기 동안 덴마크는 농촌 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탈산업 사회 및 지식기반의 정보기술 사회로 이행했다. 그 중 아이를 기르는 문화적 태도는 1960년대를 기점으로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다.
농업 및 2차 산업은 1950년대에서 1970년대로 이행하면서 기계화와 자동화 과정을 거치게 되고, 1960년대 이후에도 사람들은 시골에서 도시로 끊임없이 이주했다. 아울러 남유럽과 터키, 파키스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 왔다. 여성들도 노동에 참여했다. 1960년대 2차 산업은 처음으로 농업생산을 앞질렀다.
사람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 관계로 결합하여 큰 회사를 만들었다. 대형 체인점들이 일반 생필품 상점을 대신하게 되었고, 작업장과 공장들은 도시 중심가를 떠나 중심가에는 유행에 민감한 쇼핑센터들이 밀접한 지역으로 바뀌면서, 여기에 그럴듯한 회사들의 지점들이 자리를 잡았다. 교외 지역과 도시 주변 마을은 도시화되었고, 작은 지역과 지방정부 자치 기구들은 더 큰 규모로 통합되었으며, 이전의 지역공동체는 해체되거나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새 이주민들은 다른 풍습으로 말미암아 기존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가족 형태도 달라졌는데, 부부 모두 맞벌이를 하면서 일상적인 문화활동이나 운동을 펴나가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여성해방운동 ‘Pill', 권위주의적 습속에 대한 학생들과 청소년들의 대대적 항거,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반미 운동, 성해방 운동, 신(新)마르크스주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 히피족과 반(反)자본주의,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과 의상 등은 기존의 윤리 기준 혹은 정체성에 도전하면서 개인주의적 삶과 문화를 창출하는가 하면, 아이를 기르는 방법과 목표에서도 새로운 길을 추구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교육에서도 새로운 가치와 목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성격을 띤 사회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새로운 조건에 적응해야 했다. 그리하여 젊은 세대와 미래를 위해 어떤 교육을 할지를 다시 생각해야만 했다.
이 커다란 변화의 정점에, 1990년대에 이르러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공학기술의 등장과 단계적인 유럽 통합, 세계화된 경제구조로 인한 새로운 과제들이 추가되었다. 마지막으로 덴마크가 직면한 문제는 다른 문화권으로부터 점점 더 많은 사람들(피난민과 이민자들)이 이주해 오면서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덴마크의 공교육제도는 새로운 조건에 적응하기 위한 과제에 끊임없이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