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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자유교육<54>

리첫 2020. 12. 16. 16:21

 

 

 

공립기초학교의 당면 과제들<2>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토론된 다른 문제는, 평가와 시험에 대한 것이다. 1990년대 국립평가연구소가 설립되기 전에는, 덴마크에서는 기본교육에서 시험 결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2000년에 이루어진 PISA(OECD 국제학생학업성취도 평가) 시험에서, 덴마크의 15, 16세 학생들이 읽기나 쓰기에서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뒤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에 정치가들과 정부는 깜짝 놀라고 낙담했다. 더욱이 덴마크는 기본교육을 받는 학생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였지만, 기본교육을 마친 졸업생들 중 기능적 문맹자(어떤 임무나 상황에서 필요한 읽기와 쓰기 능력이 결핍된 사람)’로 분류된 사람들의 비율은 약 17%나 될 정도로 높았다. 그 결과, 중앙 정부 교육 관련 부서 주도로 평가 방법들과 법률들이 잇따라 제정되었다. 지금 시대에 유행하고 있는 평가 문화를 만들어 내고, 기본교육 기간 동안 특정 시기마다 핵심 과목에 대해 전국 단위의 시험을 보고, 통계적인 분석과 비교를 위해서 구체적이고 쉽게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다음에는 공립기초학교에서 교육의 질을 평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심의회가 이 문제를 조사하고 매년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심의회는 평가 방법들의 효율성을 평가하고, 현 상황에 나타난 문제들의 해결 방안으로 새로운 방법을 시행해 보거나, 지금 것을 계속하도록 권고하는 일을 맡았다.

 

도입부에서 지적했던 대로, 이러한 평가 방법들은 총체적인 토론을 불러 일으켰다. 미래의 상황에 맞춰서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교육제도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의도에 대해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PISA 조사 결과는, 공개적인 토론회에서 공립기초학교의 심각한 약점을 지적하는 주요 지표가 되면서 중앙정부의 교육 관련 부서가 교육제도를 조정할 명분이 되었다. 하지만 이 조사 결과가 기계적인 읽기 능력과 교과서 지식을 재생산하는 방식만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과 비판도 제기되었다. 기본교육에서 정말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 있는 결과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회적이고 민주적인 태도와 관련해서 학생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독립적인 사고력의 발달 같은 것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조사가 교육적 결과를 좀 더 쉽게 평가하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금방 드러나지 않는 가치들은 무시하지 않았는지, 또 이러한 가치가 지닌 영속성이나 중요성이 무시되어 교육이 절름발이가 되어 가는 건 아닐지, 염려와 비판이 제기되었다.

 

하여간 공개적인 토론의 장에서, 공립기초학교와 그곳에서 일하는 교직원들의 결함과 단점들이 논의되고 공공연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그 결과 나이든 교사 세대 사이에 절망감과 무력감이 널리 퍼졌다. 젊은 시절부터 수십 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교직에 봉사해 왔지만, 새로운 임무와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는 힘들겠다고 느낀 것이다. 공립기초학교를 질책하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가 몰고 온 또 다른 부작용은, 지난 몇 년 동안 교육대학 지원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1980년대 중반의 낮은 출산율 때문이며, 당연히 공립기초학교에서 일하는 교사 수도 감소할 것이라고, 별문제 아니라고 정부 당국은 자신하고 있다.

 

2007년 상반기, 지자체 행정기관의 개혁 방침과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내려는 다양한 시도에 대해서도 토론이 일었다. 효율을 위해 작은 학교는 문을 닫고 학생들은 더 큰 학교가 있는 먼 곳으로 통학을 해야 하는지, 큰 학교가 작은 학교보다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더 좋은 곳인지 하는 논란이 토론으로 이어졌다. 신뢰할 만한 기록에 근거한 최근의 논문 하나는, 작은 학교 출신 학생들의 평균 시험 결과가 큰 학교 출신 학생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결국 작은 학교를 폐교하려는 계획을 정당화하는 것은 교육적인 이유가 아니라 오직 경제적인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