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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자유교육<81>

리첫 2021. 2. 23. 09:19

 

덴마크의 자유교육<81>

 

3) 부모 참여와 자유로운 학교 만들기

 

덴마크의 자유교육 현장을 돌아보면서 교육에 관한 부모들의 강한 권리의식이 돋보였다. 부모 스스로가 교육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의 결과물을 학교에 건의하는 등 그들의 활동은 현장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었다. 더욱이 덴마크 정부가 이런 부모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적극 지원한다는 사실은 덴마크 자유교육의 큰 특징이자 강점이다.

 

교육부 담당관은 덴마크에서 사립학교가 반드시 인가받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단지 어떤 지역에 어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즉시 보고만 하면 된다. 그리고 보조금이 필요하다면 수업을 시작하는 해 21일까지 등록신청을 하면 된다. 자유학교를 설립하려면 3만 크로네(450만원)의 신청금을 내고 학교가 문을 열기 전까지 정부에 신고한다. 학교가 정식으로 문을 열면 신청금은 다시 돌려준다. 해마다 끊이지 않고 몇 건의 신청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슬람교도의 이민이 늘면서 그들이 이미 스무 개 정도의 자유학교를 만들어 다른 자유학교와 같은 조건으로 덴마크 정부의 보조를 받고 있다. 자유학교협회만 해도 2000년도에만 열한 건의 신규 학교 설립 상담이 있었고 실제로 모두 학교가 문을 열었다고 한다. 2001년도 상반기에도 부모모임 세 군데에서 학교 설립 상담을 받고 있다고 한다.

 

자유학교법 제1조에서 밝히는 것처럼 아이들이 공립학교 정도의 기본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자유학교에서 어떤 교육과정을 만들든 자유다. 아이들은 집이든 자유학교든 또는 공립기초학교에서든, 초등 교육과정에서 덴마크어와 영어 읽기 쓰기, 산수를 배우게 되어 있지만, 그밖에는 당사자에게 맡기고 있다. 교사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필수 인가조건이 아니다. 교사 자격이 없는 교사의 급여도 공적보조금에서 나온다. 큰 규모의 학교에는 자격증 있는 교사가 많고 지방의 작은 학교에는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다. 자유중등학교 협회 사무장 말로는 자유중등학교에는 약 85%의 교사가 자격증을 갖고 있고 나머지 15%는 비상근 교사로서 예술가나 기술자, 장인이 많다고 한다. 그 중에는 교사 자격을 얻기 위해 교육을 받기보다 대안적인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학교의 교사가 된 데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교사도 많다. 교과서도 무엇을 사용해도 좋다. 이사회나 교사들이 교재를 골라서 저마다 연구를 더해 독자적인 수업을 하고 있다. 시험을 보든 보지 않든 그것도 자유다. 우리가 찾은 자유학교와 자유중등학교도 시험 그 자체의 가칠인정하지 않는 지향 덕분에 전혀 시험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유와 함께 그만큼의 책임도 따르게 마련이어서,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다들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놓쳐서는 안 된다. 자유학교는 건물과 토지 그리고 적정한 학생 수, 이 세 조건만 갖추면 출발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정한 학생 수르 유지하고 문제없이 학교 재정을 꾸려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각 학교의 보조금 액수는 학생 수, 학생 나이, 교사 나이 세 가지 조건에 따라 변한다). 운영비는 공립학교의 70% 정도가 지원되지만 원칙적으로 토지나 건물은 설립자가 준비해야만 한다. 이런 부분까지 정부 지원이나 특별 임대를 주선해 주지는 않는다. 공립학교에서 자유학교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이미 학교 건물이나 토지가 있어서 손쉬운 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부모들이 시간과 돈을 내서 직접 교실을 짓는 자유학교도 드물지 않다.

 

부모들이 학교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자녀교육을 남한테 맡겨 버리는 부모는 드물다고 한다. 자유학교를 방문해 보면 부모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아이들을 데리러 온 게 아니라 기획에 참여하고 행사를 주최하는 등 지원 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학교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 일은 물론, 주말이면 풀을 뽑거나 페인트를 칠하러 학교를 찾기도 한다. 파티 같은 주말 기획행사에서는 부모들이 큰 역할을 한다. 또 일상적인 교육활동 방침을 짜는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무엇보다 학교를 자신들이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이 부모들한테서 엿보인다. 그들은 권리를 주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학교 만들기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