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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자유교육<91>

리첫 2021. 5. 2. 12:14

 

덴마크의 자유교육<91>

 

1. () 린델서 자유학교(Nr Lyndelse Friskole)<1>

 

토바 선생님은 거의 30여 년을 린델서 자유학교에서 음악교사로 일하셨다. 5년 전에 정년을 맞아 학교를 그만두셨지만 지금도 학교 열쇠를 갖고 자유롭게 학교를 출입하신다. 아침 일찍 토바 선생님과 함께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규 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830분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체육관에 모였다. 모두가 편하게 앉아서 교장선생님 인도에 따라 함께 노래를 하고 기도와 인사말을 한 후 다시 합창하고서 학생들은 교실로 향했다. 덴마크의 모든 학교에는 합창할 때 쓰는 노래 책이 따로 비치되어 있다. 노래는 주로 민담, 문학 작품, 성서에 나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특히 자유학교나 시민대학 같은 사립학교에서는 그룬트비가 만든 노래를 많이 부른다. 학교 현관의 널찍한 벽면은 아이들과 선생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전교생이 동원된 축제가 있었는지 게시판이 좁아 보인다. 이 사진들은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에서 진행되는 일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1) 유치원반

 

마치 가정집을 옮겨 놓은 모습의 교실에 들어서자 큰 책상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아이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림 카드를 보고 선생님이 부르는 대로 운이 맞는 낱말들을 찾아서 두 개씩 짝을 짓는 놀이를 하고 있다. 두세 명씩 짝지어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간혹 모르는 그림이 나오면 서슴없이 선생님한테 가서 그림카드를 내밀고 발음을 들어본 다음 다시 돌아가 그림을 뒤적인다. 공부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따로 구석에 마련된 소파나 양탄자 위에서 뒹굴뒹굴하는 아이들도 있다. 선생님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카드를 이용한 놀이가 끝난 후에는 그림책을 보고 색칠놀이를 한다. 교통질서 지키기를 내용으로 하는 그림이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해당 설명이 나오면 색칠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른 유치원에서도 확인한 사실이지만 덴마크는 아이들의 자발적인 의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참여를 유발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통제나 관리가 중심이 아니라는 말이다. 가령 점심시간에도, 아이들은 먹고 싶은 때에 자기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그렇지만 만약 밥을 먹지 않으려는 아이가 있으면 먹도록 선생님이 유도한다고 한다.

 

2) 1학년

 

조그마한 교실에 16명의 어린이들이 둥글게 앉아 있다. 교실은 아주 단출하게 꾸며져 있다. 그것도 대부분 학생들을 위한 것이고 간소한 장식들도 학생들이 만든 것이다. 교실 뒤에 학부모 한 분이 앉아 있다. 딸이 공부하는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온 아버지다. 아이는 아버지에게 눈짓도 보내고 이야기도 하면서 사뭇 즐거워 보인다. 자유학교의 학부모는 학교운영에 직, 간접으로 관여할 뿐만 아니라 수시로 교실에서 수업을 지켜보는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수업의 시작은 주말에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먼저 선생님이 학생들과 할 이야기와 관련된 글(짤막한 동물 이야기)을 읽어준다. 그 이야기와 비슷하거나 각자가 떠오르는 경험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끔씩 질문도 던진다. 아이들도 각자 자기 이야기에 열심이다. 한 아이가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듣거나 아니면 옆에 앉아 있는 친구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잘 집중하고 있다.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자상한 모습과 유연한 수업 운영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