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자유교육<93>
2. 퓐 학습자료 지원센터(Amtscenteret for Undervising, Fyns AMT)
교사들을 위한 학습자료지원센터는 덴마크에 40여 곳이 있으며 정부 지원으로 운영하지만 사립학교 교사도 시설과 자료,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이곳에는 6세부터 대학에 진학하기 전 연령까지의 학생들을 위한 모든 수업 자료를 비치하고 있다. 센터에 공급되는 자료는 계약을 통해서 저가에 공급된다. 덴마크에서 출판되는 교육에 관련된 거의 모든 자료는 이곳에서 구할 수 있다. 분야 혹은 주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하나의 교과 혹은 언어에 대해 보통 4~6개의 각기 다른 자료를 비치해 둔다.
덴마크에는 국정교과서 개념이 없다, 학교마다 혹은 개별 교과 선생님의 선호에 따라 교재와 교과 내용의 선택이 가능하다. 어떤 교과목에 대해서 정부의 지침이 내려오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학교와 학교가 있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결정한다. 따라서 센터는 선생님들이 교재와 교과 내용을 정하는 데 매우 요긴하며, 사회 전체적으로는 교재의 선택 등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비경제 요인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잘 정돈되어 있어 쾌적하기까지 한 센터의 분위기는 도서관과 비슷하다. 휴게 공간과 열람용 테이블이 있고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카페테리아도 있다. 센터는 자료의 열람과 대여만이 아니라 자료들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안내하는 단기 강좌를 열기도 한다. 강좌 프로그램은 센터의 장이나 카운슬러가 준비한다. 강좌 내용이나 구성을 결정하는 것은 공급자 기반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다른 센터와 정보를 공유하고, 어린이와 교육에 대한 주제로 학자나 교사들의 토론을 거쳐서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를 결정한다. 대개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는 경우가 많고 전문가나 학자들이 강의를 맡는다. 교사들은 센터에서 배포한 안내 책자를 참조하고 관심 있는 강좌를 신청한다. 수강신청은 학교 내의 여건(교사의 수, 담당 업무, 학생 수)을 고려하여 학교장이 결정하기도 한다. 강좌는 대개 주 단위로 편성하며, 한 번에 세 시간 정도 진행한다. 강좌의 내용은 교육 자료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가령 새로 소개되거나 도입된 교육이론을 어떻게 현장에서 적용할 것인지, 연극을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에 이용할 수 있을지, ‘몸으로 배워요(Move Your Body)’ 프로그램 안내를 받기도 한다. 강좌의 내용은 이론에만 치우쳐 있지 않고, 오늘 수강한 내용을 내일 수업 시간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때로는 이론적인 주제를 다루기도 한다. 센터는 모든 교과목과 모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며 강좌 또한 그렇다.
또 센터는 교사가 담당 교과목을 바꾸는 경우에도 도움을 준다. 강좌가 끝나면 자체적으로 해당 강좌를 계속 운영할지, 그리고 강좌의 유효성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한다. 현재 인기 있는 강좌는 인터넷 강좌라고 한다. 이용자 수를 지역 내 4 백여 개 학교에서 연간 약 2만 명의 교사들이 참석했다면서 통계 자료를 보여주었다. 한 교사가 중복 참여한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매우 높은 이용률이다.
공립학교 교사이면서 동시에 센터에서 카운슬러 일을 겸하고 있는 삐아(Pia Danielsen)는 면담 내내 열정적으로 자신의 교육관을 피력했다. 배운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이의 감정을 고려해서 귀 기울여 듣고 자신을 잘 표현하여 협동 정신을 기르는 것이라면서 읽고 쓰는 능력을 기르는 것뿐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요소들을 평가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 ‘평가에 미쳐 있는’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난했다. 교육은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원만하게 역할을 수행해 내는 훌륭한 시민으로 자라게 돕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은 수치화가 가능한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센터의 목적은 인간 정신, 즉 인간의 인격을 고양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93년에 새로 시행된 학교법의 기본 취지를 설명해주었는데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교사는 그 무엇도 가르칠 수 없고 오로지 학생 스스로가 배울 수 있을 뿐이다. 교사보다는 학생이 더 중요하며, 학생이 교육의 중심에 있다.’ 이는 다른 말로, 모든 사람은 각자의 배움에 책임이 있고, 교육은 교사가 도맡는 것이 아니라(교사한테만 책임이 있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에기디우스 선생님은 현재 덴마크에서는 두 개의 상반된 경향을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시험을 더 강조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성이나 사라 됨됨이를 더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현재는 시험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잘 가르친다는 말은 교실 안에 있는 학생들의 정신(영혼)을 얼마나 잘 읽어내는가를 의미한다고 했다. 모든 사람은 똑같이 존엄하며, 경쟁보다는 수용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저을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경우 통제보다는 신뢰 구축이 더 필요한데 신뢰는 학생을 믿고 존중함으로써 생겨나고, 통제는 불신과 권위주의적인 발상에 근거할 뿐이라면서 신뢰 구축을 강조했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더니 삐아 선생님은 장애와 그로 인한 차이는 인정하되, 그 차이가 문제되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선생님은 모든 사람이 각자 고유한 영역이 있고 그러한 각각의 개인들이 상호 보조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원리, 즉 보완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나아가 학생이 창조적인 인격체, 적극적이며 책임감 있는 인간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