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2: 잘 가르치는 사람일수록 쉽게 가르친다
어디까지 가르치고 어디서부터 가르치지 않을 것인가<1>
이것저것 가르치면 혼란스러워진다
가르치는 입장에 섰을 때 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고민은 ‘어디까지 가르쳐야 하는가’일 것이다.
선생님이나 부모처럼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나름의 지식과 경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다 가르쳐 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저것 다 가르쳐 주면 오히려 혼란스럽다.
배우는 쪽에서 원하는 것은 업무 기술이나 입시 합격 등 눈앞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지식이나 기술이다. 그 외의 것은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배우는 사람의 목적 달성에 상관없는 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나의 전문 분야인 영어에 대해서 말하자면 센터 시험*(우리나라의 수학능력평가와 비슷한 시험으로 이 시험을 치른 다음에 각 대학에서 실시하는 본고사를 본다.)의 점수를 올리고 싶은 수험생에게 언어학이라든가 비교문화론이라든가 하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떠들어 봤자 빈축을 살 뿐이다.
최대한 단순하게 가르쳐라
60분 수업이든 90분 수업이든 듣는 사람이 흡수할 수 있는 지식이나 기술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가르치고 싶은 것이 100이라고 할 때 그것을 전부 시간 내에 가르치려고 하면 ‘90분 동안 여러 가지를 배우긴 했는데 결국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라고 하기 십상이다.
나는 ‘배운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고 훈련’과 ‘암기’라고 생각한다. 몇 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공부가 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다면 배우는 의미가 없다.
이것은 가르침을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몇 시간 동안 수업을 들었어도 머릿속에 들어와 입력되지 않으면 배우는 건 시간낭비일 뿐이다.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 확실하게 이해하고 기억하는 걸 최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르칠 내용을 엄선해야 한다. 가르치고 싶은 것이 100이라고 할 때 그 중 가장 중요한 10까지 범위를 좁힌다. 그리고 그것을 완벽하게 기억시킨 다음 나머지 90을 공략할 발판으로 삼는다. 이런 작업을 나는 ‘단순화’라고 부른다.
단순화 작업을 하고 난 뒤 가장 중요한 일은 상대방의 니즈(needs)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에 맞춰 ‘어디까지 가르치고, 어디서부터 가르치지 않을 것인가’ 라는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상대의 니즈를 파악했으면 ‘최소한 여기까지는 완벽하게 마스터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라고 하는 것을 정해 우선순위가 높은 것부터 차례대로 선택해 10까지 좁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