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유희’는 기억의 양을 획기적으로 늘려준다
다음 ‘아재개그’ 질문에 답해보자.
사람이 죽지 않는 산맥은?
안데스 산맥. ‘안(not)+데스(death)+산맥’이다.
자동차가 곰돌이 푸를 치며?
카푸치노. 카(car)+푸(pooh))+치노‘다.
바람이 귀엽게 부는 동네는?
분당. ‘(바람이) 분다.’를 귀엽게 말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숫자는?
십구만. ‘쉽구만’과 비슷한 발음이다.
얼핏 보면 의미 없는 말장난 같지만, 아재개그를 잘 살펴보면, 다양한 관점의 변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영어, 숫자 등이 다양하게 조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어유희가 암기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실 역사, 지리 등 암기가 중요한 과목이 꽤 많다. 수학이나 과학 등도 이해와 응용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암기해야 하는 내용이 있다. 그중에는 이리저리 흩어진 정보를 정리해서 외워야 하는 항목도 상당하다. 예를 들면 누구나 한번쯤 고전했을 바로 그것. 왕 이름 순서대로 외우기 같은 것 말이다.
정보를 정리해서 외우는 것도 학습의 본질 중 하나이므로 이러한 암기 항목은 내신 시험이든 자격증 시험이든 가리지 않고 출제된다. 아니, 일단 ‘공부’라 불리는 것에는 반드시 있다고 보는게 맞다. 게다가 ‘외운다’는 것에 ‘거의 외웠다’는 말은 아무 쓸모가 없다. 전 항목을 ‘완벽’하게 외워야만 비로소 쓸모 있는 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기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암기를 할 때 뇌의 ‘어떤’ 성질을 쓰는 게 좋을까?
‘착시그림’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나무가 그려진 그림이려니 하고 보다 보면 사람의 얼굴이 보이고, 잘 차려입은 젊은 여성인가 싶은 그림을 자세히 보면 마녀 같은 노파가 보인다. 착시그림은 중심부와 주변부의 관계를 잘 살펴봐야 하는데, 처음에는 찾기 어렵지만 가만히 보다 보면 또 다른 그림이 눈에 보이고 그 순간 “어! 찾았다. 이거구만!” 하며 머릿속 전구에 불이 ‘반짝’ 켜진다. 만화 속 장면처럼 말이다. 그 “아하!”가 튀어나올 때의 감각이 바로 노의 ‘기억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이다.
뇌는 여기저기 조각난 정보들 속에서 관련성을 발견한 순간, 참을 수 없을 만큼 신이 나서 저절로 기억을 강화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전화번호 등은 단순히 숫자의 나열이라 외우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그 배열된 숫자에서 순서를 변경하지 않고 첫 글자로 만들 수 있는 재미난 말이나 문장을 생각해내면 금방 외울 수 있다. 가령 7748을 ‘77년 4월 8일’로 외우거나, 2848을 ‘이판사판’ 등으로 외우는 것이다. 이와 똑같이, 공부할 때도 “오호, 알았다! 찾아냈어!”라는 감각을 이용할 줄 알면 기억의 양과 수준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말장난인 것이다. 평소에 공부를 할 때도 항상 언어유희의 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언어유희 중 대표적인 것이 동음이의어를 찾아내는 것이다.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바나나(반하나)?’나 ‘우리는 사이다 먹는 사이다.’ 같은 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런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감탄과 존경심이 저절로 솟아오른다.
이렇게 기발한 답을 찾아내는 비결을 기억력에도 활용해보자. 바로, 문제에 존재하는 ‘공통점’과 ‘규칙성’을 발견해내는 것이다. 제각각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듯 보이는 정보에서 뭔가 공통되는 요소는 없을까, 규칙성은 없을까를 항상 의식해야 한다. ‘여기와 여기에 같은 글자가 들어 있다.’라든가 ‘각각의 첫 글자들을 연결하면 의미 있는 말이 된다.’ 등 어렵지 않은 발견이다.
여기서 퀴즈 하나. 다음에 등장하는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흑산도, 백두산, 홍루몽, 청산가리, 황하문명.
정답은 잠시 후에 밝히겠다.
‘언어유희의 힘’이란 ‘패턴 인식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숨겨져 있는 패턴을 발견해내는 능력은 기억과 공부에 매우 중요하다. 일상릐 공부에서 ‘언어유희의 힘’을 찾아낼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결과적으로 기억된 정보량의 차이는 막대하다.
방금 전 퀴즈의 정답은 ‘명칭에 색깔이 들어 있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