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만 봐도 전체가 보인다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공부할 책의 목차를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것은 시험 대비뿐만 아니라 일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컨설턴트를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다음 주부터 00업계의 안건이 시작되니까 ‘공부’해 두게.”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기한은 일주일이 채 안되었는데, 현재 진행 중인 일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다른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안건에 대한 공부도 병행해야 했다. 대부분 아무런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지만 컨설턴트로서 훌륭한 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 해당 업계의 전문가 뺨치는 지식을 습득해야만 한다.
단기간에 전문적인 지식을 익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빠른 길은 전문가차럼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를 인터뷰하는 데에도 최소한의 관련 지식이 필요한 법이다. 갑자기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전부 가르쳐 주세요!”라고 부탁하면 아무도 상대해 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조사하는 것도 기초 지식을 쌓는 한 방법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입문 지식부터 전문가도 감탄할만한 지식까지 여러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잡다한 정보가 더 많기 때문에 그중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골라내는 작업도 만만하지 않다. 반면 책에는 한 부야에 대한 핵심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지식을 익히려면 해당 분야의 입문서 같은 서적을 뒤적여 보는 것이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이다.
이제 목차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책을 읽을 때 목차를 건너뛰고는 한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을 때는 한 장씩 음미하며 읽어 나가는 것이 즐거움이지만, 공부를 위해 책을 읽을 때는 먼저 목차를 자세하게 읽도록 하자.
목차에는 그 책의 ‘구조’가 적혀 있다. 예를 들어 목차가 ‘제1장 왜 00업계는 00일까’, ‘제2장 00업계가 00라고 불리게 된 이유’, ‘제3장 00문제가 왜 발생할까’, ‘제4장 00업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인 책의 경우, 목차의 제목만 보고서도 큰 주제가 네 가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1장 문제 제기
제2장 업계의 역사
제3장 문제점 분석
제4장 앞으로의 전망
일단은 네 가지가 있다는 것만 이해하면 된다. 그 상태에서 책장을 넘기며 훑어 읽자. 이것만으로도 많은 차이가 생긴다. 목차를 통해 전체 구조를 대강 파악한 다음 흥미가 생기는 페이지만 읽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는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 자주 이 방법을 이용했다. 사법시험은 재판관과 검사, 변호사에게 필요한 지식과 응용 능력을 묻는 국가시험이다. 이 시험에 합격하려면 흔히들 헌법, 민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상법 또는 행정법 등 두꺼운 육법전서를 통째로 암기하여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체 구조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전화번호부처럼 두꺼운 육법전서를 전부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턱 막힌다. 하지만 교과서나 참고서의 목차를 대충 읽으면 “어, 이 부분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어. 나는 지금 이 부분을 읽고 있구나.”하고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나 자신도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했을 때 이런 방법을 썼더니 막상 전체 분량이 많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목차를 노트에 옮겨 적어 보는 것도 빨리 머릿속에 입력하는 방법 중의 하나다. 나는 사법시험 공부를 할 때 자주 참고서의 목차를 노트에 옮겨 쓰고는 했다. 뇌 과학에서도 인간이 무언가를 암기할 때에는 소리를 내거나 귀로 듣고 손을 움직이는 등 오감을 자극하면 효과적이라고 한다. 아날로그적인 방법이라 더딜 것 같지만 의외로 단시간에 끝낼 수 있고 효과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