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방식의 효과적인 속습법
내가 참가한 기억력 대회에는, 1시간이라는 제한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외우는지를 겨루는 종목이 있다. 시간이 1시간이나 되면 상당한 양을 외워야 한다. 평소에 수많은 연습으로 기량을 닦아 온 출전선수들조차 그것들을 1번 만에 다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선수든 제한시간 내에 반드시 복습을 하며 외운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가 하나 있다. 어느 정도 진도를 나간 뒤에 복습을 해야 기억을 강화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가 하는 점이다. 내가 맨 처음에 실험해본 복습은 설명했던 전 범위를 통째로 반복해서 외우는 것으로, 얇은 기억을 반복적으로 칠해서 두껍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금방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해하기 쉽게 다시 페인트칠에 비유해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여러 번 칠해서 깔끔하게 벽면을 완성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글쎄, 이 벽면이 생각보다 너무너무 넓었던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벽이 넓으면 넓을수록 페인트칠은 쉽지가 않다. 한두 번 칠해서는 제대로 색깔도 나오지 않고 군데군데 얼룩마저 심하게 생겨버린다. 즉, 기억이 매우 얇을 뿐만 아니라 기억의 정착도 역시 균등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 번 칠할 범위를 좁히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범위가 좁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여러 번 칠할 수 있었다. 또 소소한 성취감을 여러 번 맛보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도 계속 유지된다. 나는 외워야 할 전체 범위를 몇 개의 소부분으로 나아가며 암기를 진행했다. 소부분의 복습에도 정성을 쏟은 것이다.
또한 어느 정도 잊을 만할 때 복습을 해야 뇌는 비로소 강한 기억으로 남긴다. 별로 망각한 것이 없을 때 복습을 하면, 뇌는 애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억을 강화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소부분 한 곳만 복습하는 게 아니라 진도를 계속 나가다가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해졌을 때 되돌아가 바로 앞의 것을 복습하는 것으로 방법을 수정했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각각의 소부분들을 복습하는 것이다. A, B를 외우고, 다시 C로 돌아가 C, D를 외우는 식이다. ‘삼보전진 이보후퇴’ 방법을 쓸 때도 있다. 소부분 A, B, C를 외우고 되돌아가 B, C, D를 외우고, 다시 되돌아가 C, D, E를 외우고, 다시 되돌아가 D, E, F를 외우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각각의 소부분을 2~3번 반복하는 구조가 된다. 기억이 흐려지는 것을 방지하면서 진도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속도를 높여서 학습을 진행해도 곧이어 2번이나 복습할 수 있다는 안도감 덕분에 ‘빠른 속도와 고효율 진행’이라는 즐거운 쌍두마차 효과를 누렸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속습법은 일반적인 공부 전반에도 통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