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설계된다
여기서 핵심은 ‘설계’에 있다. 내 어설픈 골프 연습을 생각해보자. 나는 그럴 능력이 없는 데도 스스로 내 훈련 방식을 설계했다. 골프에서 샷 기술에 관한 연구는 수십 년 동안 이루어져 왔고 전문가라면 확실히 그런 기술들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지식이 전혀 없었다. 골프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성과를 높이는 방법에 관한 지식은 이미 수십 년 혹은 수세기에 걸친 연구 끝에 이미 밝혀져 있고 보통 해당 분야의 교사들이 그런 지식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어떤 분야이건 연습 초기 또는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개인 지도 교사가 제자에게 가장 적합한 연습을 설계해 줄 필요가 있다. 예술, 과학, 비즈니스 같은 지적인 분야에서는 오랜 연습 끝에 언젠가 스스로 연습 계획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숙달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자기가 교사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여전히 코치를 찾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 이유 중 하나는 교사의 지식이 아닌 다른 데 있다. 즉 스승은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에서 관찰은 말뜻 그대로다. 나는 내가 어떻게 골프공을 치는지 볼 수 없다. 따라서 나를 관찰한 다른 사람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 한편, 다른 분야에서 관찰은 비유적 의미로 쓰인다. 예를 들어, 체스 선생은 제자와 똑같은 체스판을 보지만 제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중요한 위험을 간파할 수 있다. 비즈니스 코치는 관리자와 같은 위치에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관리자가 자기 의도를 체계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 등을 발견할 수 있다.
거의 무슨 일이든 교사나 코치의 도움 없이 뛰어난 실력을 갖추기는 매우 힘들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려면 적어도 연습 초기에는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연습의 성과를 편견 없이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한 채로 최적의 연습을 선택하기란 힘들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낸 성과를 있는 그대로 명확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설령 그럴 수 있더라도, 해당 분야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는 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그 순간 필요한 최적의 연습 방식을 설계하지는 못한다. 가장 효과적으로 성과를 향상시키는 방법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하며, 언제나 그 시점에서의 핵심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연습의 목적은 개인의 능력을 현재 상태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데 있다.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사실은 제대로 된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골프 연습장에서 또는 피아노 앞에서 단지 과거에 해오던 일을 반복하며, 이미 예전에 도달한 수준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반면에,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은 성과 중에서 특별히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는 특정 부분을 예리하게 찾아내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그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위대한 소프라노 조안 서덜랜드(Joan Sutherland)는 트릴(음악에서 중요한 꾸밈음을 일컫는 것으로, 악보에 쓰여진 음과 2도 위의 음을 연속적으로 빠르게 반복함)아주 오랜 시간 집중했다. 그녀는 기본 트릴만 연습한 것이 아니라, 온음, 반음, 바로크 등 다양한 유형의 트릴을 익혔다. 타이거 우즈는 벙커 모래에 골프공을 놓고 제대로 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위치에서 삿 연습을 했다. 위대한 성과자들은 자기가 하는 활동의 전 과정에서 특정 부분만 따로 떼어 그 연습에만 집중한다. 그 부분의 실력이 향상되면 그 다음으로 넘어간다.
어떤 부분을 훈련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중요한 기술이다. 미시간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크로톤빌에 있는 GE의 경영 개발 센터를 이끌었던 노엘 티치(Noel Tichy)는 세 개의 동심원으로 이 기술의 핵심을 설명했다. 세 개의 동심원은 가장 안쪽부터 각각 ‘안전 영역(comfort zone)’, ‘성장 영역(learning zone)’, ‘공황 영역(panic zone)’이라고 부른다. 성과 향상은 성장 영역에 포함된 활동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계를 넘어선 기술과 능력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안전 영역에서는 결코 발전하지 못한다. 이 영역의 활동들은 이미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한편 공황 영역의 활동들은 너무 어려워서 접근 방법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성장 영역을 식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식별한 후에는 그 영역이 바뀔 때까지 스스로 그 안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것이 성장 영역을 식별하는 것보다 어렵다. 이런 것들이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