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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49>--앞을 미리 내다본다

리첫 2022. 5. 10. 19:36

 

앞을 미리 내다본다 

 

실력이 탁월한 음악가나 타이피스트가 평범한 사람들보다 악보나 글을 더 빨리 본다는 것은 말 그대로 그들이 자신의 미래를 본다는 것이다. 다음에 나올 내용을 미리 알면 준비할 시간이 길어지고 따라서 그만큼 더 잘 해낼 수 있다. 1초만 미리 봐도 그 시간이 모든 차이를 결정한다. 이 시간이 1초보다 훨씬 긴 분야에서는 앞을 미리 내다보는 능력의 이점이 더욱더 커진다.

 

이것은 점술이나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예언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앞을 내다보는 능력은 대개 눈을 크게 뜨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단순한 행위에서 나오며, 한두 번 하다가 말거나 가끔씩 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의 원리를 적용해 꾸준히 익혀 나갈수록 더 잘하게 된다.

 

앞으로 5년 후 회사 상황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논의한 것이 언제였는가? 비즈니스 환경, 경쟁 앞으로 기업, 규제, 그 밖에 다른 요인들을 고려할 때 15년 뒤에는 당신의 회사가 어떻게 되겠는가? CEO가 아닌 이상 이런 논의는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뛰어난 성과자들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장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유익하다.

 

이런 예상을 정책적으로 하는 기업도 있다. 일본 전문가 존 네이선(John Nathan)20세기 위대한 경영인 중 한 사람으로 유명한 파나소닉(Panasonic)의 설립자 마스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와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회사 부지에 있는 연못에서 작은 배를 타고 있었다. 마스시타가 손뼉을 한 번 치자 먹이 시간임을 깨닫고 큼지막한 물고기들이 수 면 가까이 올라왔다. 이때 마쓰시타가 말했다. “이 물고기들은 장기(長期)’의 의미를 알지요. 100년이나 살거든요.” 마쓰시타는 그보다 훨씬 긴 500년을 내다보고 기업의 미래를 구상했다. 창사 90주년이 조금 지난 파나소닉은 기복이 심하기로 악명 높은 전자업계에서 여전히 막강한 기업으로 남아 있다.

 

예상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최고의 기업들은 장래에 발생 가능성 있는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단순한 숫자보다 많은 것을 본다. 예를 들어, 석유기업 (Shell)은 가상의 시나리오를 미리 자서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1970년대 중석유기업은 업종의 특성상 다른 분야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유전에 대한 권리 협상에만 몇 해가 걸리고 유전 개발로 또 10년을 보내는데, 운이 좋아야 수십 년 동안 석유를 생산할 수 있다. 굴지의 석유기업들이 석유 수요와 공급을 보통 100년 단위로 동 석유 파동에 훌륭하게 대비했다. 당시 셸의 관리자들은 시나리오 작성을 예언이 아닌 연습으로 여겼기 때문에 실제로 중동에서 석유파동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한 시나리오 전략 집단이 중동의 석유 생산국들이 가격을 조정하면서 유가가 급등하는 사태를 구상했다. 그 시나리오를 더 심층적으로 분석한 결과, 셸 관리자들은 6일 전쟁(3차 중동 전쟁)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한 데 분노한 중동 산유국들이 여러 가지 목적 달성을 위해 석유파동을 일으키거나 공급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연습을 해 둔 덕분에 셸 경영진은 사건이 어떻게 수출 중단으로 이어질지, 언제쯤 그런 일이 발생할지 예측하여 다른 경쟁 기업들보다 훨씬 철저하게 대비했다. 가상이지만 이미 겪어 본 상황이기 때문에 경쟁 기업들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셸은 정유시설 확장 속도를 늦추고, 다양한 종류의 원유를 취급할 수 있도록 정유시설을 개조했다. 석유업계에서는 셸이 다른 어떤 석유 공급 기업들보다 석유파동을 잘 이겨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단기주의(short-termism)가 만연한 요즘은 장기적 시각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라는 질문을 흔히 듣는다. 다음 분기 이후를 내다봐야 소용없다는 것이 전통적인 관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 통념이 그렇듯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주식 시세표를 보면 지금 당장은 수익이 전혀 없고 당분간 그렇게 될 가망도 없지만 주가가 꽤 높은 기업들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이 생명공학이나 정보기술을 다루는 기업이다. 투자자들은 몇 년 뒤의 미래를 내다봄으로써 이런 기업들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시장은 언제나 변화무쌍하지만, 미래는 언제나 값어치가 있고 미래를 (합리적으로) 내다보는 일은 언제나 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