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억력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3)
지금까지 우리는 위대한 성과자들이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구조화하여 더 많이 인식하고,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기억하는 능력을 어떻게 개발하는지 보았다. 또한 이런 능력들이 뛰어난 성과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도 확인했다. 하지만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 이런 식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 연습의 보다 인상적인 역할은 실제로 인간의 뇌와 신체의 물리적 성질을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이런 역할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확연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변화의 원인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은 심장이 보통 사람들보다 크다. 사람들은 대개 이런 특성을 보고 하늘이 축복한 일종의 타고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연구 결과 이들의 심장은 몇 년 동안 집중적인 훈련을 하면서 점점 커진 것으로 밝혀졌다. 훈련을 중단하면 다시 정상 크기로 돌아온다. 운동선수는 오랜 훈련을 통해 근육 크기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근육의 성질(속근섬유와 자근섬유의 비율)까지 변화시킨다. 발레 무용수는 보통 사람들보다 발을 턴아웃(turn-out, 발레의 기본 동작으로서 양발을 바깥쪽으로 90도 회전시키고 고관절부터 대퇴, 무릎, 발목, 발끝에 이르기까지 두 다리가 이루는 각이 180도가 되게 한 상태)시키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또한 야구의 투수는 관절이 굳기 전에 하는 다양한 연습 덕분에 보통 사람들보다 공 던지는 팔을 훨씬 멀리 뒤로 젖힐 수 있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은 인간의 두뇌까지도 변화시킨다. 어린 아이가 악기 연습을 시작하면 두뇌가 이전과 다르게 발달한다. 즉 대뇌 피질에서 청각과 손가락을 통제하는 영역이 넓어진다. 연습이 뇌를 변화시키는 이런 효과는 나이가 어릴수록 크고 어릴 때 정점에 이르지만 거기서 멈추는 것은 아니다.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은 평균 2년 동안 엄격한 훈련을 받는다. 연구 결과 이 훈련을 받은 뒤에 운전사들의 뇌에서 공간 탐색을 담당하는 영역이 넓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변화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신경 섬유와 뉴런 주위에 미엘린(myelin)이라는 특수 물질이 생성된다는 점이다. 신경 섬유와 뉴런은 미엘린 층이 두터울수록 더욱 활발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직업 화가들의 뇌는 해당 영역에서 미엘린 생성이 더욱 활발하다.
이런 미엘린 생성 과정이 아주 느리게 일어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정 피아노 건반을 특별한 방식으로 치는 연습을 수없이 반복하면 손가락의 운동을 통제하는 신경 섬유 주위에 서서히 미엘린이 만들어진다. 음악이나 스포츠에서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처럼 순수하게 지적인 분야에서도 관련 신경 섬유 주위에 미엘린이 만들어지려면 수백만 번의 반복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미엘린 생성 과정은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최고의 성과자가 되기 위해 오랜 기간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하는 이유도 이로써 설명할 수 있다. 미엘린에 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그것은 집중적인 연습과 뛰어난 성과 사이를 연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의 연결 고리일 가능성이 크다.
뛰어난 성과를 이룬 대가들을 관찰해 보면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워런 버핏의 투자 비결을 연구하든, 파바로티(Pavarotti)의 음반을 듣든,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의 테니스 경기를 보든, 그들이 이루어 낸 성과는 우리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다른 별에서 왔어.’ ‘그들은 인간이 아니야.’ ‘그들은 정말 대단해.’ 이와 같은 식상한 표현에 기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는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은 어떤 의미에서는 옳다. 실제로 그들의 몸과 뇌가 근본적으로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보를 인식하고 조직하고 기억하는 능력도 우리와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위대한 성과자들의 뛰어난 본성이 영원한 수수께끼라거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사실 현재 우리의 능력에서 뛰어난 성과자들의 수준으로 발돋움하는 길이 있다. 그 길은 상당히 길고 험하다. 따라서 목적지에 도달하는 사람도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여정은 어제나 유익하다. 그 출발점은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의 원리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