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키우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최고의 기업이 직원들에게 업무를 배분하는 방식은 운동 코치가 선수에게, 또는 음악 교사가 제자에게 연습할 내용을 정해 주는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즉 현재 능력의 범위를 넘어설 수 있도록 격려하고 가장 중요한 기술들을 단련시킨다. 제약회사 엘리릴리(Eli Lilly)의 대표 이사 존 레흐라이터(John Lechleiter)는 업무 배분 방식의 기본 골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재 개발의 3분의 2는 신중한 업무 배분을 통해 이루어지고, 3분의 1은 멘토링과 코칭, 그리고 나머지 아주 작은 부분을 교육이 차지한다.”
업무 배분을 통한 인재 개발은 이론적으로 당연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기업은 보통 직원들에게 연습이 필요한 업무가 아니라 이미 잘하는 업무를 맡긴다. 기업이 직원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훈련할 기회를 주기 위해 과감한 재배치를 단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느 기업도 벗어날 수 없는 무자비한 경쟁 압력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기업이 더 큰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직원들의 경력에 위대한 성과의 원리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기업으로는 GE가 단연 최고다. GE는 사업 분야가 광범위한 만큼 직원들에게 어느 기업보다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GE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임원들을 육성하고자 그 장점의 모든 가치를 활용한다.
GE에서 직원들에게 맡기는 유용한 업무 사례 중 하나는 펜실베니아 주 이리(Erie)에 위치한 기관차 제조업체 GE 트랜스포테이션(GE Transportation)을 운영하는 일이다. 관리자가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생각해 보자. 고객의 입장에서 기관차 구매는 매우 큰 결정이다. 따라서 운영자--최근에는 21년 경력의 GE 직원 존 디넌(John Dineen)--은 고객 기업의 CEO들을 상대로 직접 거래 경험을 쌓는다. 또 이곳에는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있기 때문에 노사협상에 대해서도 배운다. 이곳에서 만드는 제품은 그 공급 사슬만큼이나 복잡해서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다. 이리는 경영자가 전국 매체의 감시 없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을 만큼 펑범하고 거리도 멀리 떨어져 있다. 만에 하나 이곳의 경영자가 실패하더라도 GE는 핵심 영역에 큰 충격 없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거대한 기업이다.
디넌에게 기관차 제조업체의 운영 기회를 주는 것은 GE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른 많은 기업들은 이런 시스템을 무척 부러워 한다. 디넌은 전자제품과 플라스틱 사업부 관리자였다. 두 곳 모두 훌륭한 평가를 받는 개발부서로서 한 곳은 소비재를, 다른 한 곳은 산업재를 생산한다. 그는 금융 분야에서도 2년 동안 업무 경험을 쌓은 덕택에 GE에서 아주 중요한 기술들을 익혔다. 또한 아시아에서 일선 관리자와 참모로 큰 업무를 맡았던 경험도 있다. 이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업무에 배치하는 일은 최고 기업들이 인재를 키우는 핵심 방법이다. 그렇다고 이런 방식이 저절로 잘 돌아가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위에서 설명한 효과적인 연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고 기업들은 직원들이 실전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성과를 향상시키고자 애쓰는 경험이 그들을 성장시키는 가장 훌륭한 연습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세부적인 규칙에 따라 직원들에게 필요한 경험을 정한다. 경영진이라면 적어도 두 가지 분야 또는 두 계열사이 업무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좀 더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그 밖의 기업들도 비슷한 원칙을 갖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나 가장 도전적이었던 분야가 제일 유익했다고 말하는 경영인들이 많다. 프록터앤드갬블(P&G)의 CEO 래플리(A.G. Lafley)는 일본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아시아 경제가 무너졌던 시기에 기업 내 아시아 지역의 영업을 담당했다. 그는 그때의 경험으로 ‘보통 때보다 위기 시에 열 배 더 많이 배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위기를 경험한 것은 우연이었다. 위기는 일부러 만들어 낼 수 없지만 위기 경험은 만들어진다. 1988년 GE에서 생산한 수백만 대의 냉장고 압축기에서 결함이 발견되어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CEO였던 잭 웰치는 인재 개발 담당 부사장 빌 코너티(Bill Conaty)와 논의 끝에 최악의 리콜 사태를 수습할 인물로 전자제품이나 리콜 경험이 전혀 없는 제프리 이멜트를 지목했다. 이멜트는 이렇게 말한다. “당시 리콜 사태는 대형 허리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웰치와 코너티는 그들이 내린 결정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죠. 그리고 그때 내가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CEO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