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대로 하기’의 거부하기 힘든 매력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기술은 이미 가능하지만, 진보로 이어지지 못한다. 고객, 직원, 주주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의 우리는 갑작스러운 혼란을 순순히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배부른 상태였다. 그냥 가만히 머물기를 더 원했다. 이는 당연한 사실이다.
어차피 어제의 삶에는 기존의 것을 의심할 계기가 없었다. 물질 과잉 사회에서는 새로움이 덜 매력적이라고, 스위스 GDI 연구소가 확언했다. 제품은 그럭저럭 개선되고 서비스 문화가 발달했다. 이런 사소방식은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거대기업들은 임직원에게 개방성을 점점 더 자주 요구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연속성’ 또한 계속해서 입에 올리고 있다. 애플 디자인의 전설인 조니 아이브의 퇴사, SAP의 지도부 교체, 올라 칼레니우스의 다임러 이사장 취임 등, 대부분의 경우 신뢰와 연속성을 약속하느라 분주했다.
2019년, 크리스티안 클라인은 제니퍼 모건과 함께 SAP의 전략과 방향에서 연속성을 유지할 것입니다. 출시된 프로그램은 이미 효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이 프로그램을 유지할 예정입니다.
나는 당시 이 인터뷰를 보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지도부 교체는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제스처가 아닌가? 변화를 선보일 기회가 왔는데 어째서 리더가 스스로 그 기회를 버릴까? 왜 모든 걸 예전 그대로 두겠다고 약속할까? 전임자 예우 차원에서? 아니면 직원과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아마도 의식적 고려 없이 그냥 행동하는 이른바 오토마티즘(automatisme)에서 나온 발언일 터이다.
시대가 낯선 것에 적응하는 열린 사고를 요구하는데도, 우리는 낯선 것보다 익숙한 것을 더 가까이에 둔다.
자신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평가하지 않고는 누구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최고경영자라도 마찬가지이다.
마이크로 소프트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는 사람들의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온전히 이해한 최초의 경영자일 것이다. 그가 말했다. “모든 변화는 어렵습니다. 회사는 잠시 잊고 개개인을 생각해 봅시다. ‘이봐, 자네는 오늘 반드시 다른 사람으로 변해야 하네.’하는 말을 납득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가장 인간적인 능력, 즉 적응력을 잃게 됩니다. 기업도 변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사라지고 맙니다.
변화는 두려움을 준다. 코로나가 닥쳤을 때 모두가 어쩔 줄을 몰랐다.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코로나에 감염되는 두려움이 아니라 느닷없이 들이닥친 모호성과 불확실성 그리고 복잡성이었다. 우리는 닫힌 상점을 보며 경제를 걱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차츰차츰 위협 속에서 드러난 가능성, 즉 멈춤을 보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을 성찰하기, 삶의 새로운 형식 시도하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발견하기 등.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반응이다. 개방성은 우리가 능동적으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역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