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미래를 여는 창의성과 혁신(2)
제품과 서비스의 수명이 줄어들면서 그런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도 수명이 짧아졌다. 한때는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면 그것으로 30년에서 40년, 때로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버티던 시절이 있었다. AT&T와 전기 회사들의 유틸리티 사업 모델은 거의 수백 년 동안 유지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기업의 CEO들이 자기네 비즈니스 모델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놀라운 고백을 듣게 되었다. 제록스(Xerox)의 CEO 시절 폴 알레어(Paul Allaire)가 그랬고, 포드의 CEO 빌 포드(Bill Ford)도 그런 말을 했다. 언젠가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과시하던 기업들이 이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사우스웨스트(Southwest Airline) 항공사는 비즈니스석 승객들에게 어떤 특별 혜택도 주지 않는 저가 항공을 도입해 미국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는 항공사로 거듭났다. 그러다 약발이 떨어지자 이제 다시 비즈니스석 승객들에게 특별 대우를 해 주고 있다. 델은 오로지 최종 소비자와의 직거래 모델로 세계 최대의 PC 제조업체가 되었다. 그때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가 거세게 치고 올라왔고, 현재 델은 대형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와 그 밖의 소매업체들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 최대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었던 컨설턴트이자 작가인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Adrian Slywotzky)는 수많은 기업들이 이제는 3~4년마다 한 번씩 혁신적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8년에서 10년은 이미 천당에 가 있을 시간입니다.”
적어도 한 가지 사고방식에 따르면, 창의성과 혁신은 미국을 비롯한 여타 선진국들의 경제적 미래를 쥐고 있는 열쇠다.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이 이론은 최근의 다양한 동향들을 반영한 것이다. 극단적이라고 한 이유는 지난 300년 동안 지금의 선진국들이 경제 번영을 누린 근원에는 확실히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의 리더십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진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국가나 지역이 가장 큰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의 저자 대니얼 핑크(Daniel H. Pink)와 <스타일의 실체(The Substance of Style)>의 저자 버지니아 포스트렐(Virginia Postrel)을 비롯한 수많은 분석가들이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한다. 또한 새로운 기술은 이제 탄생하자마자 널리 전파되고 채택되어 중국과 인도에서 상품 생산에 쓰인다고 말한다. 대신 경제적 가치는 우뇌의 힘, 즉 창의력, 상상력, 공감, 미적 감각으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증거물 1호가 바로 애플의 아이팟(iPod)이다. 애플은 한참 동안 MP3 플레이어를 내놓지 않았다. 아이팟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몇 가지 모델이 있기는 했지만 출시하지는 않았다. 애플은 기존 제품의 디자인을 멋지게 바꾸고, 사용이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iTunes Music Store)라는 유료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상당히 멋진 조합이었다. 그 결과 애플은 음악 플레이어와 유료 온라인 음악 판매, 음반 회사의 재주문 시장에서 75퍼센트의 점유율을 나타냈고, 애플의 시장 가치는 수십억 달러나 상승했다. 애플의 성공 비결은 기술이 아니었다. 창의성, 디자인, 소비자와의 깊은 공감대 형성이었다.
미국 대형 할인점 업계의 2인자인 타깃(Target)은 어떻게 규모 면에서 다섯 배나 큰 1위 업체 월마트를 상대로 선전하는 것일까? 타깃은 마이클 그레이브스(Michael Graves)나 이자벨 보슈그라브(Isabelle de Borchgrave)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섭외해 찻주전자나 빵바구니 같이 가정에서 흔히 쓰는 물건들을 디자인해 아주 싼 가격에 파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것이 바로 타깃이 월마트를 상대로 선전하는 비결 중 하나다. 이런 전략을 따르는 한 타깃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일은 없다.
그동안 비즈니스 업계에서 성공하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위는 MBA(경영학 석사학위)였다. 하지만 지금은 MFA(예술학 석사학위)도 그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심지어 뉴욕 대학에서는 MBA와 MFA를 결합시킨 학위도 도입했다.
창의성과 혁신은 언제나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어 왔다. 다만 지금 새로운 점은 창의성과 혁신의 경제적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문제는 개인과 조직이 어떻게 하면 이러한 현실에 최대한 잘 대응할 수 있는가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도울 목적으로 관련 컨설턴트, 컨퍼런스, 책, 잡지 등을 아우르는 하나의 거대한 혁신 산업이 만들어졌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얼마든지 조언과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이 모두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그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이득도 없다). 위대한 성과의 원리가 창의성과 혁신의 본질에 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창의성과 혁신을 기반으로 발전해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대한 성과의 원리는 창의성과 혁신의 본질에 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이런 통찰은 위대한 성과에 관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믿음과 상반되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