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77>--작곡가들이 경험하는 ‘침묵의 10년’(1)

리첫 2022. 8. 10. 07:56

 

작곡가들이 경험하는 침묵의 10’(1)

 

비즈니스, 과학, 미술, 음악 등 모든 분야의 가장 혁신적인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떠한 종류의 창의적 성과든 그런 성과를 거두기까지 몇 년 이상 강도 높은 준비 기간을 거쳤다는 사실이다. 창의적 성과는 결코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든, 비틀의 명반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휴대전화든,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아비뇽의 아가씨들(Les Demoiselles d'Avignon)>이든 무엇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예외 없이 오래고 고된 준비 기간을 거쳤다. 위대한 혁신은 오랜 기간 동안 관심을 쏟고 정성껏 돌본 후에야 피어나는 한 송이 장미와 같다.

 

이에 대한 여러 증거는 놀랄 만큼 일관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시기에 활동한 작곡가 76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한 연구에서는 현재 구할 수 있는 음반 수를 토대로 이 작곡가들의 대표자이나 처음 주목받은 작품 등을 조사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카네기멜론 대학의 존 헤이스(John R. Hayes) 교수는 500곡 이상을 확인했다. 템플 대학의 로버트 와이스버그(Robert W. Weisberg)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이 작품들 가운데 작곡가가 경력 10년이 되기 전에 완성한 것은 단 세 곡뿐이었는데, 그것도 8년이나 9년째 되는 해에 작곡한 작품이었다. 76명의 작곡가들은 작곡을 시작한 이후 약 10년 동안 세인들이 주목할 만한 작품을 거의 내놓지 못했다. 헤이스 교수는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꼭 거처 가야 하는 듯 보이는 이런 준비 기간을 '침묵의 10년'이라고 불렀다.

 

헤이스는 131명의 화가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얻었다. 화가들이 좋은 작품을 내기까지의 준비 기간은 대략 6년으로 작곡가들보다는 조금 짧았지만, 이 역시 결코 만만한 기간은 아니다. 피카소 같은 천재들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시인 6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경우 10년 안에 주목할 만한 작품을 내놓은 사례는 있었지만 5년 미만인 경우는 없었다. 66명의 시인 중 55명이 훌륭한 작품을 내놓기까지 10년 이상 걸렸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뛰어난 성과를 이룬 인물들을 연구해서 발견한 ‘10년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이 법칙을 증명해 보이려는 의도가 없었던 다른 학자들이 결국에는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 경우도 있다. 하버드 대학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20세기 초 가장 위대한 혁신가 일곱 명--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엘리엇(T.S Eliot),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마사 그레이엄(Matha Graham), 피카소,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을 다룬 <열정과 기질(Creating Minds)>이라는 책을 저술했다. 이보다 더 다양한 인물군을 한데 묶기도 어려울 듯 싶다. 가드너는 이들의 업적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작품들을 조사하면서도 특별히 무언가를 증명하거나 반증하겠다는 목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서 이렇게 썼다. “이 연구를 통해 나는 10년 법칙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피카소처럼 네 살 때쯤 자신이 장차 해 나갈 분야에서 첫걸음을 떼야만 10대에 거장에 될 수 있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나 무용가 그레이엄은 10대 후반까지 창의적인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고, 20대 후반까지도 자신의 진정한 역량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