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은 연구와 숙고에서 싹튼다
많은 사람들은 위대한 창조적 성과물에 대해, 제임스 와트(James Watt)의 증기 기관을 두고 19세기의 어느 유명한 작가가 했던 말처럼 “주피터의 뇌에서 튀어나온 미네르바처럼 갑자기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런 일반의 통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비즈니스, 예술, (와트의 증기 기관을 포함한) 과학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획기적인 발견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들은 결코 무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또한 어떤 전례 없는 사건도 아니었다. 획기적인 발견은 과거를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의 업적에 기댄 부분이 상당히 크다. 또한 관련 분야의 지식에 통달한 사람들이 대개 그런 발견을 이루어 내는 법이다.
이런 사례는 어디서나 찾을 수 있지만, 예술사 학자들이 20세기 가장 중요한 그림으로 꼽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만큼 극적인 경우는 없다. 와이스버그와 가드너는 창의성에 관한 각자의 연구에서 피카소의 사례를 자세히 다루었다. 사람의 몸에 사람차럼 보이지 않는 괴기스러운 얼굴, 그리고 저돌적으로 드러낸 알몸까지, 과거의 그 어느 것과도 관련성을 찾기 힘든 이런 창의적인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밝히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1907년, 피카소가 이 그림을 발표한 당시에는 혹평이 쇄도했다. 하지만 이런 충격적인 작품조차 피카소가 접했던 기존의 영향들—고대 이베리아 반도의 두상 조각, 아프리카와 남태평양의 원시 예술, 폴 세잔(Paul Cézanne)과 앙리 마티스(Henry Matisse)의 그림에 나타나는 인물상과 구도—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피카소 그림의 강력한 힘은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이처럼 윌는 광범위한 연구 결과를 통해 이 기념비적 작품조차 무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며, 자기 분야를 통달하는데 많은 세월을 보낸 예술가가 받아들이고 발전시킨 다양한 요소들을 새로이 멋지게 조합하고 공들여 다듬어서 완성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과학과 기술 분야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제임스 와트는 혼자 증기 기관을 다 ‘발명’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거의 발명하기는 했지만, 증기 가관은 주피터의 뇌에서 나온 미네르바처럼 갑자기 생겨난 존재가 아니었다. 1763년에 와트가 토머스 뉴커먼(Thomas Newcomen)의 고장난 대기압 기관을 수리하다가 그것을 개량하여 자신의 증기 기관을 만들기 전에도 이미 다양한 증기 기관이 존재했다. 토머스 뉴커먼이 발명한 여러 유형의 기관은 영국에서 탄광의 배수 문제를 해결하는 상업적 용도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뉴커먼 역시 증기 기관을 발명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고안한 장치는 기존의 기계를 개량한 것에 불과했다. 이런 식으로 발전의 사슬을 거슬러 올라가면 진정한 증기 기관 발명가로 불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뉴커먼이 만든 장치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와트의 설계가 훨씬 효율적이었다. 또한 와트의 증기 기관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역사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초대형 혁신이 되었다. 하지만 기적처럼 세상에 나타난, 기존에 전혀 상상할 수 없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로, 와트의 발명품은 기존에 있던 뉴커먼의 장치를 개량하다가 만든 것이었다. 또한 와트에게 기계장치 개발자로서 오랜 시간의 훈련을 통해 습득한 기술과 지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증기 기관은 산업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 중 하나로 손꼽힌다. 또한 오늘날까지도 워낼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전신에서 비행기, 그리고 인터넷까지 이 모든 것은 기존에 있던 것을 개조하고 보완하여 완성되었다. 또한 뛰어난 통찰이 있기는 했지만 선배들이 이룩해 놓은 성취와 그에 관한 깊은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전적으로 불가능한 업적이었다. 증기 기관이나 역사적 중요성이 덜한 그 밖의 혁신들도 마찬가지다. 어린이용 전자 독서 기기인 립패드(LeapPad)와 플라이(FLY) 전자펜을 개발한 발명가 짐 마그라프(Jim Marggraff)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각각의 창조물은 이전에 만들어진 창조물을 토대로 한다.” 다른 창조자들처럼 그의 경험으로도 혁신은 문제와 거리를 두어서는 이루기가 어렵다. 대신 그는 “‘아하’ 하는 통찰의 순간은 연구와 숙고의 시간으로부터 싹튼다.”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 나비센트(Naviscent)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인터넷 기업가 더글러스 듀인(Douglas K. Duyne)은 <타임스>에 마그라프와 같은 생각을 밝혔다. “직관적 통찰이라는 개념은 모든 것이 실제보다 더 쉽다고 믿고 싶어 하는 몽상가들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