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필수 요소: 명확한 방향과 동기 부여(1)
개인이 특출한 창의성과 혁신을 이루어 내는 원리가 일반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이루는 원리와 동일한 것처럼, 이러한 교훈은 조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마지막 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과정은 더욱 혁신적인 조직으로 거듭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더욱이 조직의 경우에는 혁신적으로 거듭날 가능성을 높여주는 몇 가지 다른 원리가 있다. 혁신 산업의 어마어마한 규모는 조직 차원의 창의성을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에서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과 위대한 성과의 원리에 비추어 보았을 때 몇 가지 눈에 띄는 아이디어가 있다.
위대한 창조자들을 다룬 책들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하나같이 자기 분야에 열정적으로 몰두하고, 그 결과 깊이 있는 지식을 쌓았다는 점이다. 조직인 거기서 일하는 ‘사람’이 혁신적이지 조직 자체가 혁신적인 것은 아이기 때문에, 조직을 혁신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직원들이 관련 지식을 쌓고 심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우리는 8장에서 이미 그런 몇 가지 방법을 살펴보았다. 그 밖에도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가 제시한 또 한 가지 방안은 조직 내부에 혁신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그에 대한 접근법, 그리고 거기서 얻는 교훈에 대해 직원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다. 맥킨지의 조애너 바슈(Joanna Barsh)와 말라 카포치(Marla M. Cappozzi), 그리고 조너선 데이비드슨(Jonathan Davidson)에 따르면, 혁신 네트워크의 취지는 다음과 같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더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자극제가 되므로, 네트워크가 혁신의 순환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뛰어난 창조자들이 혼자 힘으로 이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하워드 가드너가 창조자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E.C.를 통해 주목했던 것처럼, 그런 인물들이 자신의 역량을 시험해 보기 위해 관련 분야의 중심지로 활동 무대를 옮겨간다는 패턴과도 일치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혁신적인 성과물을 내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혁신적인 분위기를 꺼리는 기업 문화에 있다. 이런 문화에서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전혀 환영받지 못한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이런 현실을 뒷받침하는 많은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사실 그런 조사도 필요 없다.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이런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 이유는 최고 경영자가 그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업 임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고위 관리자들은 자기 회사가 혁신적이지 못한 주요 원인을 인재 부족에서 찾았다. 좀 더 직급이 낮은 관리자들은 최고위 관리자들과 의견이 뚜렷이 달랐다. 그들은 회사에 인재는 충분하지만 기업 문화 때문에 혁신을 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조직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위의 두 집단 중 어느 쪽의 관점이 더 실제에 가까운지 알 것이다. 혁신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기업 문화로 변화시키는 문제는 너무 광범위한 주제이기에 여기서 자세히 다루기는 힘들다. 다만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바로 ‘문화의 변화는 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고위 관리자들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한 기업 문화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맥킨지는 수많은 기업이 그토록 혁신적이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기업이 혁신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접근법이 필요하다. 하나는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지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보스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벤저민 잰더(Benjamin Zander)는 이따금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 잰더가 그런 강연 때마다 청중들에게 시키는 간단한 연습이 있다. 우선 청중들 중에서 하루 이틀 사이 생일을 맞는 사람을 앞으로 나오게 한다. 그런 다음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이분의 생일입니다! 이분에게 축하 노래를 불러 줍시다!” 다른 지시가 없어도 사람들은 곧바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준다. 노래가 끝나면 잰더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멋지게 불렀군요. 하지만 그거 아세요? 여러분은 훨씬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다시 한번 불러 보죠. 이번엔 더 잘하는 겁니다. 시작!” 완벽한 정적이 흐른다.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어색한 시간이 몇 초 흐른 뒤, 잰더가 상황을 설명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이해하자 청중들은 쉽게, 모두 다 같이, 누구의 지시 없이 노래를 훌륭히 해냈다. 하지만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 즉 더 잘하라는 말만 들었을 때는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