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들은 왜 고령이 많을까?(2)
하지만 아마 20세기가 끝날 때까지 서른 전에 죽은 물리학자는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존스는 그가 연구한 인물들이 1900년에는 평균 23세에 자기 분야에 적극적인 기여를 하기 시작했지만, 1999년에는 31세로 8년이나 차이가 났고, 물론 그들이 가장 큰 성공을 이룬 시기는 그보다 더 늦은 나이였음을 밝혔다. 노벨상 수상자들과 다른 혁신가들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는 이유는 수명이 길어져서가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맨 처음 기여를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이 단지 가장 뛰어난 인물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님을 뒷받침해 주는 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이 처음으로 특허를 받는 나이는 한 세기에 6~7년 비율로 상승하고 있다. 존스는 “이러한 사실들을 전부 취합해 볼 때, 위대한 인물들이나 평범한 혁신가들 모두에게서 비슷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일반적인 현상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일반적이라고 한 까닭은 지식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모든 분야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식은 위대한 성과의 주춧돌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진보를 거듭하는 분야에서 그동안 누적된 지식을 통달하기까지는 언제나 그 이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리학계를 생각해 보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막스 플랑크(Max Planck), 닐스 보어(Niels H.D. Bohr),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등 20세기의 위대한 물리학자들을 떠올려 보라. 왜 오늘날의 물리학도들이 아인슈타인보다 더 오랜 사전 준비 기간이 필요한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물리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의 영역을 넘어 엄청난 양의 지식이 축적된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가 그렇다. 경제학과 기업 금융은 지난 100년 동안 커다란 전환기를 맞았다. 마케팅, 오퍼레이션 리서치(operation research), 조직 행동론(organization behavior)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진보된 학문 분야로 발전했다. 현재 미국 조세법전은 그 양이 어마어마해서—소설 <전쟁과 평화>의 네 배 분량—관련 업무를 보는 사람이 그 내용을 숙지하려면 수년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를 해야 한다. 즉 이런 모든 영역에서 노벨상 효과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노벨상 효과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성과 기준이다. 성과 기준이 높아지면 그만큼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기까지 더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1장에서 우리는 사실상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성과 기준이 높아지는 현상과 그 원인을 제공하는 몇 가지 요소를 확인했다. 또한 이런 현상은 직업과 관련된 세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대학 지망생들의 부모는 누구나 마치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자신들이 대학에 지원했던 때처럼 몹시 기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