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성과는 특정 환경에서 나타난다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에 대한 요구가 커짐에 따라, 주변 환경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혼자 힘으로 위대한 성과를 이루는 사람은 없다. 위대한 성과를 이룬 이들의 삶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뚜렷한 특징은 결정적인 시기에 그들이 받은 값진 지원이다. 위대한 성과를 이룬 사람들 중에는 분명 가난과 좌절에 맞서 싸워야 했던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지원이 부족했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상 모든 사례에서 아낌없이 지원하는 환경은 이들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딘 키스 사이먼턴은 “최고 수준의 전문적 성과는 대개 특정한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유명한 미술사학자이자 <문명(civilization)>의 저자인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e)는 위대한 예술은 보통 아주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조된다고 믿었다. 적에게 포위당한 도시민들로부터 훌륭한 조각상이나 협주곡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이먼턴은 연구를 통해 ‘뛰어난 창조자들이 국가 체제가 정비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지만, 하나의 문명권이 여러 독립 국가로 갈라져 정치적으로 분열된 시기에는 더 쉽게 발전을 이루는 경향이 있음’을 밝혀냈다. 이런 사실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를 잘 설명해 준다. 오늘날 서양 문화에서 암 치료에 관한 의학 연구는 충분한 지원을 받지만, 200년 전만 해도 허위 암 치료가 성행해 까딱하면 돌팔이 의사로 오해받기 십상이었다.
지원 환경의 한쪽 축이 문화라고 한다면 다른 한쪽 축은 가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광범위한 연구 결과 가정이 모든 환경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가 선택한 분야에서 발전하기 시작할 무렵 어떤 환경에 처했는지가 큰 차이를 만든다. 심지어 보통 나이가 좀 들어서야 발전하기 시작하는 비즈니스나 그 밖의 분야에서조차 가정의 효율적인 지원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가정환경의 가장 큰 가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원하는 분야에서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야구의 투수와 발레 무용수처럼 전문 분야는 아주 어렸을 때 시작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뼈가 굳어져 적절한 몸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투수는 충분히 팔을 뒤로 젖히지 못하고, 발레 무용수는 발을 턴아웃시키지 못한다. 또한 적어도 몇 가지 사례에서는 두뇌 적응(brain adaptation)도 같은 패턴을 따르는 듯 보인다.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뇌는 보통 사람들의 뇌보다 악기를 연주하는 왼손의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이 더 넓고,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한 사람일수록 오른손의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도 더 넓다. 이렇게 양손의 운동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커지면 뇌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미엘린이 형성되는 효과를 낳는다. 어릴 때 하는 연습은 성인이 되어서 하는 연습보다 미엘린 형성을 더욱 빠르게 촉진한다. 피아노 연주자들을 연구한 결과 16세 이전에 연습을 더 많이 한 사람이 뇌의 중요한 부분에 더 많은 미엘린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습을 늦게 시작하는 것보다 일찍 시작했을 때 훨씬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이득이 있다. 바로 시간과 자원이다. 앞에서 여러 차례 보았듯, 어떤 일을 세계적 수준으로 잘하려면 수천 시간 동안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에 몰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베를린 음악 아카데미의 최상위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20세까지 총 1만 여 시간을 연습했고, 20세 정도 시점에서는 공부하고, 레슨 받고, 공연 준비하고, 합주하면서 보내는 시간 이외에 연습을 투자하는 시간은 주당 28시간이었다. 가족과 일에 대한 부담을 동시에 느끼면서 순전히 실력 향상을 위한 활동--돈을 벌기보다 오히려 쓰게 되는--에 시간을 할애하는 성인은 몹시 고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니 연습에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있는 시기는 오직 유년기와 청소년기뿐이다.
이런 현실로 인해 일찍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경쟁 이득이 따른다. 모든 사람이 어릴 때 뛰어드는 분야에 늦게 뛰어든 사람은 영원히 그들의 등만 봐야 하는 서글픈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베를린 음악 아카데미의 최상위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직업 연주자가 된 뒤에도 연습을 그만두지 않았다. 오히려 주당 평균 30시간으로 연습량을 늘렸다. 이것이 1년 동안 누적되면 1,500시간이 넘는다. 늦게 시작하는 모험을 감행하려는 사람은 계산기를 꺼내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