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천재를 양성할 수 있을까?(1)
우리는 어릴 때부터 연습을 시작해 매우 젊은 나이에 뛰어난 성과를 거둔 사람들을 흔히 봐 왔다. 그리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도 살펴보았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실력이 뛰어난 열여섯 살짜리 피아노 연주자, 체스 선수, 체조 선수에 관한 이야기는 꽤 흔하다. 하지만 왜 비즈니스 같은 분야에서는 열여섯 살짜리 천재를 볼 수 없을까? 이에 대해 그 나이에는 법적으로 수표나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재치 있게 답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이 질문은 특정 분야에서는 언제 훈련을 시작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훈련해야 하며, 비즈니스 관련 분야에서 조기 개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등 보다 광범위한 의문들을 함축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 10대 천재가 나오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 연령대까지 쌓을 수 있는 연습량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그 이유가 단지 체격 조건 때문이기도 하다. 피아노나 바이올린은 다섯 살 난 아이도 어린이용으로 연습할 수 있지만, 트롬본이나 더블베이스는 그럴 수 없다. 악기 자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적 수준의 트롬본 연주자와 더블베이스 연주자는 다른 악기 연주자자들보다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또한 십 몇 년 동안 실력을 쌓아도 충분하지 않아서인 경우도 있다. 이것이 노벨상 효과다. 수학이나 과학은 다섯 살 때부터 배울 수 있지만 10대 물리학자는 없다. 요즘 추세로 필요한 물리학 지식을 섭렵하는 데는 적어도 20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여섯 살짜리 비즈니스 천재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순전히 그 때문일까? 다시 말해 열여섯 살에 비즈니스 천재 소리를 듣기에는 그때까지 습득해야 하는 지식의 양이 너무 많아서 일까? 이 대답은 약간 미흡해 보인다. 일단 기업에 고용된 과학자나 다름없는 전문 경영인들은 제쳐두고, 우선 일반 관리자들에게 초점을 맞춰보자. 성공적인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확실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솔직한 관리자라면 기업 운영은 로켓 과학이 아니라고 인정할 것이다. 분명 사업 전략을 짜는 것은 방대한 일이지만, 가령 (357년이나 걸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일과는 전혀 무관하다.
전통적으로 비즈니스 기술 훈련은 어릴 때 시작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수영 선수나 예술가, 수학자처럼 이른 나이에 강도 높고 집중적인 기술 개발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것이 바람직한가의 문제는 잠시 미루어 놓더라도, 어린 나이에 비즈니스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가능하고 효과적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대답은 분명 ‘그렇다’이다. 발전은 언제나 연습의 시작과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는 다섯 살짜리 아이에게 자본자산 가격 결정모형(capital asset pricing model)이나 식품의약국의 내부 업무에 대해 가르치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문 영역에 관해서 기본적인 지식은 가르칠 수 있고, 수세기 전부터 최근까지도 일상적으로 행해져 왔다. 열 살이 채 되기 전에 가업이나 몇몇 사업에 관해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있지 않은가. 도제 제도는 어릴 때부터 숙련된 스승의 지도 아래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을 말하는데, 그 기본 원리는 조기 개발과 일치한다.
열 살 전후의 아이들에게는 특정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이외에도 좀 더 구체적인 비즈니스 기술을 훈련시킬 수 있다. 기본적인 금융 개념은 초등학교 수학 교과 과정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램 차란에게 물어보라. 그는 기업 금융에 대한 자신의 날카로운 감각이 인도에서 여덟 살 때부터 가족이 운영하던 신발가게에서 일하면서 생겨났다고 말한다. 허니웰(Honeywell)의 전 CEO이자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장 유명한 CEO로 손꼽히는 래리 보시디(Larry Bossidy) 역시 메사추세츠 주 피츠필드에서 가족이 운영하던 신발가게에서 일한 어릴 적 경험에 대해 비슷하게 말할 것이다. 한편 이 또래 아이들은 확률과 통계의 비즈니스적 측면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행태 재무학에 관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듯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불합리한 실수를 피하고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이 신입사원들에 대해 성토하는 가장 큰 불만은 쓰기와 말하기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이런 능력은 어렸을 때부터 연습을 시작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기초에서 시작해 하루에 몇 시간씩 꾸준히 몇 년 동안 기술을 익힌다면, 어린 나이에 특정 비즈니스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