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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설런스(Exceelence)<25>--뒤돌아볼 때 보이는 것

리첫 2022. 9. 13. 17:46

 

뒤돌아볼 때 보이는 것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매일 저녁 마다 하루를 반성하는 시간이 있었다. 신앙심이 깊은 부모님에게는 이런 성찰이 필수 의식이었다. 이런 전형적인 자기 성찰에는 장단점이 있었다. 나는 자신을 돌아보고, 하루의 행동을 찬찬히 점검하는 법을 배웠다. 한편으로는 하루를 반성하다 보면 잘한 일보다는 잘못한 일로 시선이 향했다. 빼먹은 일과 잘못한 일이 중심에 서고, 성공이나 기쁨은 후미진 곳으로 밀려났다. 성찰의 영적 아버지인 이냐시오 폰 로욜라는 자기 성찰을 그렇게 단편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예수회를 설립한 그는 자기 성찰을 영혼의 모든 동요를 확인하는 계기로 여겼다.

 

자신의 생활과 성과를 반성하는 일은, 이미 500년 전에도 일종의 파노라마와 비슷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자기 성찰을 하며, 나약함뿐 아니라 성과와 진보도 살핀다. 일상의 요구와 거리를 두고 관찰자의 눈으로 자기 자신을 살핀다. 이때 예쁘게, 윤색하거나 검게 덧칠하는 일 없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성찰의 목표는 현실적 자기 평가, 직장 생활과 사생활에서의 발전, 그리고 나의 관점을 발견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다음의 것들도 똑같이 중요하다. 성취한 일을 인식하고 감사하기, 새로운 아이디어 발전시키기, 관계와 상황을 새롭게 보기, 더 높은 수준으로 사고하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은 프로 시절 정기적으로 자기 성찰을 실천했다. “나는 내가 어디에 서고 싶고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렸고, 어디까지 나를 발전시킬지 정확히 알았으며, 그것을 실현하는 데 집중했다.”

 

삶을 성찰하면 곧 통찰이 시작된다. 이런 성찰이 습관처럼 몸에 배면, 책에서 읽은 지혜나 무의식적 선입견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수준을 금세 넘어서게 된다.

 

어떤 방식으로 혹은 어떤 장소에서 자신의 경험과 관심사를 성찰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비즈니스 파트너는 6개월에 한 번씩 수도원에 들어가 조용히 주의력을 키우고, 어떤 친구는 일주일에 몇 번씩 고마운 일을 기록하고, 또 어떤 친구는 코칭을 받아 인생 지도나 인생 곡선을 그리고, 어떤 팀장은 퇴근길에 자동차 안에서 하루를 돌아보며 그날 겪은 일(예를 들어 좋은 피드백)을 성찰한다. 이 모든 방법이 지속적인 개선을 도와 탁월함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내면을 성찰할 때는 특별한 환경이나 방식이 아니라 규칙성과 객관성이 중요하다.

 

몸을 격하게 움직이며 성찰해도 된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거나 거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성찰해도 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습관대로 저녁마다 잠들기 전 그날 있었던 일을 돌아보며 인간관계의 가능성, 다음 할 일 혹은 그날 일어난 최고의 사건을 찬찬히 살핀다.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길든 짧든 시간을 내서,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자극이나 일과에서 벗어나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SNS, 단체 채팅방, 업무 사이에서는 좋은 생각을 할 수 없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일정을 잡을 때 언제나 한숨 돌리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따로 정해둔다. 전화의 방해를 받지 않는 긴 비행 혹은 주말에 생각을 정리한다. “언제나 시간을 내서, 어제를 반성하고 내일의 과제를 정합니다. 휴가 때는 산책을 하며 깊이 생각에 잠기죠.” 메르켈이 자신의 경험을 밝힌다. “몇 시간이라도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면, 정신적으로 더 자유롭고, 어려운 과제들도 깊이 생각할 수 있어요.”

 

최초의 예수회 수도자인 이냐시오의 이상은 활동 중의 관상(Contemplativus in actione)’이었다. 모순된 두 개념을 한데 묶어놓았으니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의 현실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한쪽에는 실질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 있고 동시에 다른 한족에는 자신의 감정과 사고를 관찰하고 인식하는 관상이 있다. 활동 다음에는 언제나 평가가 이어지는데, 이때 새로운 지식과 발전된 관점이 도입된다. 이것은 일상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활동하고 멈추고, 활동하고 멈추면서 활동과 반성이 리듬에 맞게 저절로 반복된다.

 

밤에 나누는 자신과의 대화는 훌륭한 해답 혹은 최종 대답을 준다.

 

모든 활동과 행위 사이에 집중해서 자기를 성찰하는 시간만 갖더라도, 우리는 명확한 나침반과 내적 독립을 얻을 수 있다. 생각 없이 주류에 편승하지도 않고 그것에 반사적으로 저항하지도 않는다. “반성은 가장 드물게 사용되는 동시에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심리학자 리처드 칼슨의 말이다. 그가 말하는 삶의 기술은 바로 반성이며 긍정적 사고가 아니다. 전자는 현실을 이해하게 돕지만 후자는 현실에서 멀어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