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까지 위대한 성과의 본질에 관해 살펴본 내용에 비추어 본다면, 이런 결과는 그리 놀랍지 않다. 결국 탁월한 성과가 뛰어난 일반 능력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할 뿐이다. 탁월한 성과는 오랜 시간에 걸쳐 각별한 노력으로 발전시킨 고유한 기술로 얻어진다. 따라서 노화론 인해 일반 능력의 기능이 떨어진다 해도 자기 분야에서의 전문적 기술 능력까지 떨어질 이유는 없다. 하지만 실제로 노화 때문에 전문적 기술 능력이 떨어진 사례도 많기 때문에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탠리 드러커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분야에서 짧은 성공을 거두고 이내 사라진 사람들도 많다. 왜 누구는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하고, 누구는 그러지 못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애초에 그들이 뛰어난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해 준 계획된 연습에 있다. 수십 년의 경험이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라 해도 나이의 영향에 겨우 맞서는 정도로는 예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다. 수많은 연구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건축가는 뛰어난 공간 능력(spatial ability)을 키워 왔을 것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일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건축가들을 조사한 결과 나이가 들면서 공간 능력이 저하되었다. 나이가 들더라도 여전히 뛰어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의도적으로 특정 기술에 초점을 잠추어 설계한 연습이다. 고령의 나이인데도 뛰어난 실력을 유지하는 피아노 연주자와 일반 아마추어 연주자들 중 일부는 경력이 40년이나 되었지만 계획된 연습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포기한 지 오래였다. 전문가들과 달리 그런 아마추어들은 분야와 관계없이 누구나 노화로 인한 실력 저하로 고통스러워했다.
우리는 이미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의 효과를 익히 보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훌륭하게 설계된 연습을 충분히 오랫동안 열심히 해 혼 사람이라면 나이의 한계를 비껴가거나 넘어설 수 있다. 체스 고수들에 관한 연구에서, 나이 많은 선수들은 어린 선수들만큼 뛰어난 행마법을 선택했지만 그 방법이 달랐다. 나이 많은 선수들은 많은 수를 고려하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스 포지션에 관한 더 풍부한 지식으로 그 한계를 보완했다.
일반적으로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은 노화로 인한 기술 저하를 막아 주며, 불가피한 실력의 저하는 다른 기술과 전략 개발로 보완할 수 있다. 또한 그런 연습의 효과는 오래 지속된다. 피아노의 거장 빌헬름 바크하우스(Wilhelm Backhaus)는 50대가 되어서 오히려 연습량을 늘렸다. 실력을 유지하려면 그럴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피아노의 거장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은 바크하우스보다 많은 나이에 더 이상 예전만큼 빨리 연주할 수 없음을 느꼈지만, 그것을 보완할 묘안을 생각해 냈다. 연주할 곡에 빠른 악절이 있으면, 그 바로 앞의 악절들을 일부러 느리게 연주하여 이어지는 빠른 악절을 예전보다 느리게 치는 데도 오히려 빨리 치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던 갓이다. 루빈스타인은 여든아홉 살까지 무대에서 훌륭한 연주를 선보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개선된 연습 방식은 사실상, 모든 분야, 모든 시대에 걸쳐 성과 기준을 높이고 나이 들어서까지 높은 수준의 성과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는 이와 관련한 아주 극적인 사례를 최근 몇 년 동안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상승한 몇몇 스포츠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프로 야구 2007년 시즌 당시 마흔아홉의 나이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활약했던 훌리오 프랑코(Julio Franco)는 수십 년 전과 달리 치밀하게 짜인 식단과 집중 훈련 요법에 감사했다. 그의 트레이너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프랑코와 지내면서 그를 비슷한 나이 대의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의 훈련 방식은 제가 지금까지 봐 온 어떤 훈련과도 달랐습니다.” 당시 프랑코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나이 많은 선수였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그의 출생 연도는 1958년이지만, 초기 약력에는 1954년이라고 되어 있었다. 1954년이 맞다면 그는 쉰세 살의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였던 셈이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도 이런 므두셀라<Methuselah>(성경에 나오는 최고령 인물로 969세까지 살았다고 한다)들이 있다. 미식축구에서 애틀랜타팀의 모르텐 안데르센(Morten Andersen)은 마흔일곱 살이고, 프로 농구에서 휴스턴의 디켐베 무톰보(Dikembe Mutombo)는 마흔두 살이다. 두 사람 모두 여전히 선수로 활동 중이다. 육상, 수영 등 아마추어 스포츠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가령 육상에서 더 힘들고 잘 설계된 훈련을 통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기록을 꾸준히 내고, 심지어 50대 때보다 60대 때 더 빨리 달리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일흔넷의 한 남성은는 2004년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54분 44초를 기록했는데, 이 기록은 1896년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의 기록보다 4분 빠른 것이었다.
또한 우리는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어서도 정신력 훈련을 할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의학계에서는 인간이 일단 성인이 된 이후에는 뉴런의 수가 줄어들기만 할 뿐 늘어나지는 않으며, 뇌가 새로운 환경에서 스스로 적응하는 자기 조절 능력, 즉 뇌의 유연성(brain plasticity)이 멈춘다고 보았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 이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뇌는 필요한 조건만 갖춰지면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뉴런을 생성할 수 있고, 뇌의 유연성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멈추는 것이 아니었다. 적절한 뇌 훈련—가령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처리하는 훈련—을 하면 노년에 가장 퇴화가 심하게 일어나는 영역에서 유연성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