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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92>--나이와 성과: 여든 살에 은퇴한 연주자(3)

리첫 2022. 9. 25. 11:27

 

 

나이와 성과: 여든 살에 은퇴한 연주자(3)

 

직업 운동 선수들의 노화 현상은 순전히 인지적인 영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경영인들 중에는 분명 고령의 나이인데도 대단한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워런 버핏은 70대 후반의 나이로 버크셔 해서웨이를 여전히 훌륭하게 이끌고 있다. 버핏과 나이가 엇비슷한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은 거대 미디어 복합기업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을 계속 적극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80대 중반인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는 여전히 컨설턴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섬너 레드스톤(Sumner Redstone) 역시 같은 나이에 비아콤(Viacom)CBS를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일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기대 수명의 사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최고 경영자들이 남들은 보통 은퇴할 시기라고 생각하는 나이보다 10년 혹은 20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비즈니스계의 최고 위치에서 유능하게 일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유능한 과학자들에 관한 벤저민 존스의 연구는 새롭게 고쳐 쓸 필요가 있다. 존스는 뛰어난 과학자들이 40세 이후에는 성취도가 급격히 낮아졌다고 밝혔다. 그들이 자기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낸 때의 평균 나이는 39세였다. 존스의 연구는 1999년에 끝났지만, 만일 누군가 그때 이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을 조사해 본다면 뚜렷한 노령화 현상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물리학자들이 뛰어난 업적을 달성한 평균 나이는 41세였다. 1928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폴 디랙이 서른 살이 넘으면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분야에서,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노벨상을 수상한 22명 가운데는 58, 61, 65세에 자기 이름을 세계에 떨친 사람들이 있었다.

 

인생 후반기에도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러한 사례는 나이 들면서 예전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의 어느 시점부터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 꼭 필요한 계획된 연습을 그만둔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일만도 아니다. 예를 들어, 이미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프로 운동선수는 계속 연습을 해서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많고, 심각한 부상의 위험까지 있으니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그만두는 것이 아주 합리적이다. 일찌감치 부자가 된 사업가들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설 이유가 없다.

 

뛰어난 성과를 이룬 사람들은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할 때 끊임없이 비용편익 분석을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연습의 이익은 감소하는 반면 비용은 증가한다. 성과를 더 이상 향상시키기 힘들어지면 그들은 이미 달성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유지마저 힘든 시점이 되면 약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는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은 형벌에 가깝다. 이런 노력을 더 이상 들일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은 자기가 선택한 분야에서 나이로 인한 성과 저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 성과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투자하기로 선택하는가의 문제다. 미국 프로 농구에서 뛰는 칼 말론(Karl Malone)은 노장 선수들에 대해 <로스엔젤레스타임스(Los Angeles Times)>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선수들의 몸이 멈춘 것이 아닙니다. 선수들 스스로 연습을 멈추기로 결정했을 뿐이지요.”

 

물론 결국에는 성과가 줄어든다.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다. 아무리 성실하게 연습을 해 온 사람이라도 세월의 힘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 89세에 공식적으로 연주를 그만두겠다고 결정했을 때,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시력과 청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는 여태까지 자신이 해 오던 대로 연습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최고의 성과자들조차 피할 수 없는 최후의 쇠락이었다. 워런 버핏은 2008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저는 죽은 이후까지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겠다는 생각을 마지못해 버렸습니다.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라는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던 저의 희망을 죽음이 꺾은 것이죠.”

 

젊음과 나이 듦의 문제는 위대한 성과와 관련하여 의미심장한 질문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결국 모든 문제가 하루 몇 시간씩 수십 년을 쉬지 않고 자신을 채찍질해야 하는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으로 모아진다고 할 때, 과연 이렇게까지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부모가 자식에게 연습을 시킬 수는 있지만, 이 연습의 핵심인 선택과 집중을 하게 만들 수는 없다. 아이를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것은 틀림없이 다른 무언가다. 말년에 스탠리 드러커는 일을 할 필요가 없었고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 연주자로 남기 위해 시간을 들여 애쓸 필요도 없었다. 워런 버핏 역시 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왜 이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은 것일까? 왜 체스 선수들은 그랜드마스터가 된다고 해서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도 하루 네다섯 시간씩 체스 연구에 매진하는 것일까? 왜 어떤 사업가들은 앞으로의 전망이 불확실하고 어쩌면 몇 년이 지나서야 수익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기 사업 분야에 관한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얻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일까?

 

우리는 위대한 성과가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고되다. 너무 힘들어서 특별한 열정이 없이는 누구도 해낼 수 없다. 따라서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그런 열정이 과연 어디에서 생기는지 확인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