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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93>--11장: 열정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리첫 2022. 9. 25. 22:08

 

11: 열정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피겨 금메달리스트의 엉덩방아 2만 번

 

일본의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아라카와 시즈카(Arakawa Shizuka)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자. 당시 그녀는 스물네 살이었고 다섯 살부터 쭉 스케이트를 탔다. 금메달을 따려면 보통 사람들이 자기 눈을 의심할 정도의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야 한다. 아라카와의 장기는 래이백 이나바우어(layback Ina Bauer)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등을 뒤로 한껏 젖힌 상태에서 두 발끝이 서로 반대쪽을 향하게 하고, 앞으로 내민 다리는 무릎을 구부리고 반대쪽 다리는 뒤로 곧게 뻗어 활주하는 동작으로, 보통 3회 연속 점프로 이어진다. 이런 동작을 완벽하게 해내려면 엄청난 양의 연습이 필요하고, 그만큼 빙판 위에 넘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아라카와는 그렇게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는 데 19년이 걸렸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보통 수준의 선수들은 이미 자기가 할 수 있는 점프 연습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정상급 선수들은 자기가 잘못하는, 결국 성공하면 올림픽 메달을 안겨 주겠지만 보나 마나 수없이 엉덩방아를 찧어야 하는 점프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피겨스케이팅에서 넘어진다는 것은 얇은 옷만 입은 채 차고 단단한 얼음 바닥에 뒤로 넘어진다는 뜻이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아라카와가 빙판 위에 엉덩방아를 찧은 횟수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2만 번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확실했다. 올림픽에서의 영광과 국민들의 사랑, 일본 전역에서 이나바우어라는 말이 갑자기 유행할 정도였으니 그 인기를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아라카와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감동적일 뿐 아니라 하나의 은유로도 볼 수 있다. 2만 번의 엉덩방아야말로 위대한 성과가 생겨나는 곳이다. 하지만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보상을 위해 왜 저렇게 힘든 과정을 견디는가?’라는 의문이 떠오르기도 한다. 위대한 성과에 관한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이 질문은 자기 인생의 길을 무엇으로 정했고, 그 길로 이끈 열정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관한 물음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누구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정신의 깊은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심리학을 넘어 정신의학의 세계로까지 들어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이루어진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는 위대한 성과자들이 왜 그만한 대가를 기꺼이 치르며 그 길을 걸어왔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단서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단서들을 우리 자신에게 대입해 봄으로써 우리는 위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