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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설런스(Excellence)<34>--4장: 깊은 이해심은 혁신을 창조한다(1)

리첫 2022. 10. 6. 13:42

 

4: 깊은 이해심은 혁신을 창조한다(1)

 

코로나 초기, 나 역시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사회적 관계를 더 세심하게 신경 썼다. 이기심이 절로 줄었고 이타심이 커졌다. 죽은 듯 조용한 거리를 걷다 한 서점 문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봤다. 동네 서점을 애용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 순간 앞으로는 온라인 서점에서 원클릭으로 책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시간이 조금 들었지만 사고 싶은 책 제목을 적어 동네 서점 이메일 주소로 주문했다. 요즘 같은 시절에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두 시간쯤 뒤에 답장이 왔다. “주문하신 책이 오늘 우편으로 발송될 예정입니다.” 신속한 처리에 존경심마저 들었지만, 너무 기계적인 메시지에 나도 기계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6개월 뒤에 또 받았다. 광고 메일이었다. 제목이 있어야 자리에는 제목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과연 나는 그 서점에서 또 책을 샀을까?

 

때로는 아주 작은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물론 감수성이 모든 상황에 필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든 뉴노멀에서든, 비즈니스를 잘하려면 개인의 기분과 사회 흐름에 세심히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협력과 혁신이 그러하듯 충성심과 열정 역시 이해받고 인정받았다고 느낄 때 생기기 때문이다. 소비자, 환자, 직원, 동료, 지원자--- 그 누구든 마찬가지이다.

 

공감의 세 가지 측면

 

공감이라는 개념은 그리스어 ‘empatheia(감정이입)’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다른 사람과 집단의 감정, 생각, 관점을 그대로 공유하지는 않더라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를 뜻한다. 예를 들어 안심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는 순무 스테이크를 먹는 즐겨 먹은 동료를 이해한다. 동료의 채식을 반대하거나 놀리지 않고, 순무의 먹음직스러운 생상을 칭찬하며 맛있게 먹는 동료를 보며 기뻐한다. 이것이 공감능력이다. 본인도 육식을 끊고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결심할 필요까진 없다.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설령 본인은 다르게 생각하더라도 상대의 기분을 인식하고 그의 태도와 기대를 가늠해 적절한 감정표현과 행동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공감은 모든 영역에서 정서적 탁월함의 전제조건이다.

 

이미 자주 들었던 내용일 것이다. 그럼에도 직장에서는 감정이 필요치 않으며, 필요하더라도 순진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부서나 트렌드연구소에나 해당할 거라는 생각이 우리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렇다, 마케팅부서와 트렌드연구소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다. 기업은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감정이 중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연인이나 부부, 친구, 잘 정비된 주택단지는 사회, 문화적으로 점점 더 동질화된다. 반면 비즈니스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와 집단이 각기 다른 배경과 가치관, 취향으로 서로 충돌한다. 하필이면 냉정한 경제계에서 우리는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망 속에서 움직인다. 업무 능력은 뛰어나나 사회성이 부족한 동료보다 공감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이런 환경에서 더 잘 지낸다. 그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잘 적응하고 남들이 버거워하는 사람과도 무난하게 잘 지내기 때문이다. 그들은 높은 이해심으로 두려움과 선입견을 없애고 협력과 혁신의 기반을 마련한다.

 

그러나 공감이라고 다 같은 공감이 아니다. 다양한 형식의 공감이 있는데, 개개인은 그 중 일부만을 지닌다. 공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서적 공감, 인지적 공감, 사회적 공감. 탁월한 공감 능력이란 세 가지 모두가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고 상호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독보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보면 한 가지 형식이 특히 두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