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깊은 이해심은 혁신을 창조한다(2)
정서적 공감은 타인의 감정에 예민하게 이입하여 함께 기뻐하거나 괴로워한다. 결혼식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스릴러 영화를 보며 주인공과 한마음이 될 때 정서적 공감이 발현된다. 타인의 기분에 전염되어 그들과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자기 자신과 동일시한다. 타인의 운명을 마치 자신의 운명처럼 느낀다. 그렇게 실생활에서 동참, 지원, 반향이 생긴다.
인지적 공감은 정서적 공감과 다르다. 이때는 타인의 감정과 사고를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의 입장이 되지 않아도 된다. 그보다는 객관성을 유지하며 상황을 포괄적으로 조망한다. 언어적, 비언어적 신호를 기반으로 무엇이 그 사람을 몰두시키고 감정을 자극하는지 그리고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 그의 감정이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알아낸다. 인지적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말과 행동을 세심하게 선택해 다른 사람의 동의를 끌어낼 줄 안다.
사회적 공감이란 프로젝트팀부터 수백만 고객이나 유권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집단의 분위기와 태도를 이해하고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사회적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은 개인의 경험과 환경의 한계를 넘어 폭넓게 본다. 그들은 흐름과 트렌드를 읽을 줄 알고, 정치 사회적 연관성을 이해하며 낯선 문화와 생활방식에 관대하다. 실제로 사회적 공감 능력으로 우리는 생산적인 기업문화를 마련하고, 분위기를 전환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움직이고, 집단에서 가장 많은 걸 얻어낼 수 있다.
사업 성공과 리더십, 우수한 경력에서는 사회적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이 인지적 공감이다. 약 1만 7000명을 대상으로 한 경영혁신연구소의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상위 10퍼센트와 가장 성공하지 못한 하위 10퍼센트의 공감 지수를 비교한 결과이다. 이 지점에서 명확해지는 것이 있다.
공감은 좋은 사회 특징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서 좋은 면만 본다는 뜻도 아니다.
예를 들어 높은 공감 능력으로 무장한 관리자는 팀원들에게 절대 휘둘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공감 능력으로 그는 어느 직원이 프로젝트 발전에 도움이 되고 어느 직원이 방해되는지 누구보다 잘 파악한다. 이런 관리자는 공감의 언어로 피드백을 준다. 명료하게 그러나 상처 주지 않는 언어로 말이다.
공감은 자신이나 기업의 목표를 흐리지 않는다. 정서적 공감은 연민과 세심함의 일반적 기대를 채워주지만, 인지적, 사회적 공감은 냉철한 머리와 비즈니스 사고를 아주 잘 통합한다. 탁월한 공감 능력은 다른 어떤 경영 능력보다 더 훌륭하게 타인의 감정, 사고 동기를 알아내고 상호존중의 관계를 맺게 해준다. 그렇더라도 사람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빌 클린턴은 정치와 경제에서 공감 개념이 아직 낯설었던 시절에도 공감의 거장으로 통했다. 그는 마치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생전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세 정서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며, 관심을 보이고, 누군가 잘 지내지 못할 때 제일 먼저 전화를 거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다른 사람의 관심사에 공감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관점을 공유하고 의도를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클린턴 정부의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은 이렇게 회고한다. “클린턴은 매우 공감하는 태도로 귀 기울여 듣는다. 그래서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클린턴이 마지막에 결국 반대 입장을 취하면 이중인격자라며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