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동기는 어떻게 생겨날까(3)
심지어 특정 성향을 타고난 듯 보이는 영재 아이들에 관한 연구도 위대한 성과의 근원인 열정을 이해하는 데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 영재들의 상당수는 나중에 커서 위대한 성과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최고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고 지루하면 힘든 일상적인 과정을 견디지 못한다. 그들이 어떤 특성을 타고났든, 그 특성은 잠시 밝게 빛났다가 이내 사라지는 듯하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위대한 승부(Searching For Bobby Fischer)>의 실제 주인공인 체스 영재 조시 웨이츠킨은 심리학 전문지 <사이컬러지 투데이(Psychology Today)>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부분의 체스 영재들은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그 아이들은 늘 승리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랍니다. 그러다 피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히면 거기 갇혀서 옴짝달싹 못하게 되어 스스로 패배자라고 생각하지요.”
반대로, 최고 수준에 도달한 사람들이 어릴 때 영재였던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더욱 확실하다. 잭 웰치, 데이비드 오길비, 록펠러의 어린 시절에서 그들의 성공적인 미래를 예측할 만한 단서는 전혀 찾을 수 없다. 좀 더 과학적인 증거를 원한다면 벤저민 블룸의 연구를 들 수 있다. 그는 40세 이전에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예를 들어, 반 클라이번(Van Cliburn)이나 르빈트리트(Levintritt)같이 주요 국제대회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 최종후보에 오른 적 있는 24명의 피아노 연주자를 조사한 결과,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힌 부류의 아이들이 아니라, 정반대로 억지로 연습을 해야 했던 아이들이었다. 마찬가지로, 수영에서 세계를 제패한 선수들의 부모 가운데 자식이 어릴 때 수영으로 성공하리라고 예상했던 경우는 없었다. 몇 번이고 결과는 똑같다. 열한 살이나 열두 살 때에도 장래에 누가 뛰어난 성과를 이룰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에서 더 중요하게 생각할 주제는 열한 살이나 열두 살이 갓 지난 시점에서 이 아이들이 해당 분야에 대한 입장에 뚜렷한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즉 그들의 동기가 ‘내면화’되었다. 한 피아노 연주자는 열다섯 살 때 불과 1미터 남짓 떨어진 자리에서 위대한 피아노 연주자의 연주를 들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경험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그 역동적인 음역과 소리의 풍부한 표현에 압도당했어요. 음악에 흠뻑 젖은 느낌이었지요. ------그때까지 그렇게 진지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피아노로 장난치지 않았지요. 단지 재미로 하루에 두 시간씩 그 자리에서 악보를 보고 연주하던 것도 그만뒀어요. 저는 연습에만 빠져들게 됐습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다른 피아노 연주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어려서부터 억지로 레슨을 받아야 했다. 그는 확실히 어떤 종류의 특정 동기나 빠르게 배우는 학습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그는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하게 하는 내적 동기를 발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