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펼쳐진 책이 아니다(1)
협력도 공감에서 시작된다. 팀원이 사일로에서 나와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를 내도록 격려받으면 공감하고 이해하는 ‘사회적 접착제’가 많이 필요하다. 노련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갓 졸업한 마케팅 전공자와 일시적으로 팀에 합류한 인도 출신 디자이너의 상반된 지식과 방식을 결합해야 할 때, 공감은 이중 역할을 한다. 먼저 이용자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 그들의 요구를 알아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팀원의 다양한 특성과 지식을 결합하고, 그들의 다양성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다. 한마디로 리더와 팀원이 공감할 줄 알아야 모두가 적절히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필요한 대부분을 우리는 이미 선천적으로 갖고 있다. 나머지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 둘의 차이를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자.
안나는 해안 길에서 다리를 삐끗해 가파른 절벽 3미터 아래로 미끄러졌다. 이 사고를 목격한 벤이 즉시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 그 결과, 이제 두 사람이 절벽에 매달린 채 꼼짝못하게 되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둘이 외침을 클라라가 듣는다. 클라라는 상황을 살피고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지 잠시 생각한다. 그런 다음 로프와 암벽등반 장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다. 벤은 안나에게 정서적 공감으로 연민을 느꼈다. 그의 시도는 칭찬할 만하지만, 상황을 오히려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반면 클라라는 인지적 공감을 더 많이 발휘해 냉철하면서도 현명한 반응으로 두 사람 모두 구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에 전염되는 것은, 감수성이 풍부한 모든 사람의 기본 정서적 장비이다. 2020년 봄, 코로나로 인해 죽음의 도시로 변했던 이탈리아 베르가모의 수많은 관을 생각해 보라. 그 장면을 본 사람은 그저 슬퍼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연민을 느끼는 정서적 공감 능력이 없으면 미셸 오바마가 당시 대통령이었던 도널드트럼프에 대해 말했듯 “인간의 본질적 기본 요소가 없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공감 능력이 탁월한 사람은 정서적 공감보다 더 훌륭한 일을 한다. 그들은 타인의 감정을 같이 느낄 뿐 아니라, 한걸음 물러나 의식적으로 사람과 상황을 찬찬히 파악할 줄 안다.
“경력을 쌓는 데 공감 능력이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 충고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전제를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은 2017년 MIT 졸업식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공감 능력은 인생을 풍성하게 하고 경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타고난 공감 능력을 더 높여서 성공 요인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어느 누고도 펼쳐진 책처럼 자기 자신을 활짝 열어 보여주지는 않는다.
물론 참고할 수 있는 모형들이 있다. 나이, 국적, 교육 수준, 직업, 소득, 생활환경 같은 인구학적 요인들이 그렇다. DISC(주도형/사교형/안정형/신중형), MBTI, BIP(직무 관련 성격 유형)같은 모형은 행동 성향을 묘사한다. 아비투스(생활방식, 관심사, 출신)을 통해서도 그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예상할 수 있다.
인구학적 요인, 성격유형, 생활방식, 문화적 성향을 분석하면 인지적-사회적 공감이 향상된다. 어쩌면 전에는 몰랐던 차이를 이해하고, 그래서 복잡한 생활세계를 더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상품처럼 등급을 매길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VUCA하다. 기분이 자주 ‘변하고(volatility)’, 다른 사람의 눈에 ‘불확실(uncertainty)’해 보이고, 예상할 수 없이 ‘복잡(complexity)’하고, 가치관과 소망이 너무
‘모호(ambiguity)’하다. 그래서 우리는 예를 들어 ‘녹색당 지지자는 SUV가 아니라 기차를 이용한다’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포르쉐를 타고 할인마트에 가는 것은 웬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인간적인 모습이다. 심지어 굳건하기로 유명한 사람도 바뀐 환경과 긴장되는 과제, 혹은 수면부족만으로도 평소와 다른 면모를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