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첫걸음에서부터(1)
1929년, 리 밀러는 22세에 파리로 갔다. 뉴욕에서 패션모델로 인기를 끌었지만, 카메라 앞에 피사체로 서기보다는 카메라 뒤에 사진작가로 서고 싶었다. 하지만 새로운 출발은 힘겨웠다. 초보작가의 실력은 당연히 부족했고, 설상가상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 장비마저 모두 잃어버렸다. 카메라 안내서만 남았다. 새 카메라를 살 돈이 없던 밀러는 이 일을 계기로 사진 기술 이론에 몰두했다. 그녀는 밤새 셔터 속도와 조리개, 조명 상태, 이미지 구성 등을 공부했다. 그리고 당시에 아방가르드 예술가로 유명했던 사진작가 맨 레이 를 설득해 그의 조수로 일하게 되었다. 생계를 꾸리기에도 바듯한 보수를 받으며 그의 책들을 관리하고 사진 장비를 설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점차 밀러의 이름이 알여지기 시작했다. 밀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패션지 <보그>의 전쟁특파원 자격으로 연합군의 모르망디 상륙, 부헨발트 수용소의 해방, 히틀러의 개인 주택, 파괴된 쾰른을 촬영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현재 20세기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사진 증거로 평가받는다.
탁월함은 매력적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리 밀러의 첫걸음에는 시작하겠다는 결정과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있었다. 확실히 정해진 길이 없더라도! 자기 자신 이외에 아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 혹은 금융 기술 핀테크의 창시자인 발렌틴 슈탈프의 첫걸음도 그러했다. 비웃음을 받았고 그들의 비전을 믿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며 그들의 원대한 계획이 과연 성공할지 전혀 알 수 없었더라도, 그들은 모두 견뎌냈다.
모바일 뱅크 N26은 독일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스타트업이다. 유럽 경제지는 N26의 창립자 발렌틴 슈탈프를 2019년 올해의 경영인으로 선정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아주 작았다. 물론 전통 은행을 뒤흔들겠다는 포부는 처음부터 있었지만, 자기가 보기에도 “처음에는 이 아이디어가 너무 거대한 것 같았다.” 그래서 공동창립자 막시밀리안 타이엔탈 과 함께 첫걸음으로는 스마트폰에 심을 수 있는 ‘어린이를 위한 선불카드’를 고안했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테스트는 성공을 거뒀고, 이 성공을 바탕으로 슈탈프는 복잡하지 않은 뱅킹 솔루션을 내놓았다. 5년 뒤에 N26은 독일 최초 금융기술 유니콘으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