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그릿(grit), 성공의 필요 조건
당신이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미국 육군사관학교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드디어 해낸 것이다!
웨스트포인트의 입학 전형은 미국 유수의 대학들만큼 엄격하다. 아주 높은 SAT또는 ACT(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점수와 뛰어난 고등학교 성적은 필수다. 11학년부터 지원 절차를 밟아야 하고 하원의원이나 상원의원 또는 미국 부통령의 추천서까지 받아야 한다. 하버드대학교 입학 전형에도 없는 항목들이다. 게다가 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를 포함한 채력 평가에서도 최고점을 받아야 한다.
해마다 1만 4,000명 이상의 11학년생이 지원절차를 밟는다. 그중에서 필수 서류인 추천서를 받는 데 성공한 4,000명이 추려진다. 그리고 다시 절반이 약간 넘는 2,500명이 웨스트포인트의 엄격한 학업과 체력 기준을 통과하고, 그렇게 선발된 집단에서 1,200명만이 입학 허가를 받아 등록한다. 웨스트포인트의 남녀 입학생 거의 전원이 학교 대표팀 선수 출신으로 대부분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도 다섯 명 중 한 명이 졸업 전에 중퇴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중퇴생의 상당수가 입학한 첫해 여름에 ‘비스트 배럭스(Beast Barracks)’, 일명 비스트라고 공식 문서에도 표기된 7주간의 집중 훈련을 받는 도중에 그만둔다는 사실이다.
어떤 학생들이 입학하려고 2년 동안 준비한 학교를 2개월도 채 다니지 않고 그만둔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 2개월간의 생활이 예사롭지 않다. 웨스트포인트 핸드북에서는 비스트를 이렇게 설명한다. “웨스트포인트에서 생할하는 4년 중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게 느껴질 이 훈련은 학생들이 신입 생도에서 군인으로 변모하도록 설계되었다.
일과는 오전 5시에 시작된다. 생도들은 5시 30분까지 집합하고 정렬해 부동자세로 국기게양식을 거행한다. 그 뒤로 강도 높은 달리기나 체조, 열병행진, 강의실 수업, 화기 훈련, 운동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밤 10시가 되면 애잔한 소등나팔 소리와 함께 불이 꺼진다. 그리고 다음 날이면 똑같은 일과가 다시 반복된다. 주말도 없고 식사 시간 이외의 휴식 시간도 없으며 웨스트포인트 밖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연락도 일절 할 수 없다.
한 생도는 비스트를 이렇게 묘사한다. “생도들은 모든 발달 영역에서 정신적, 신체적, 군사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도전을 받습니다. 훈련에서는 생도들의 약점을 들춰냅니다. 그들을 단련시키기 위해서죠.”
그렇다면 어떤 생도가 비스트를 통과하는가?
나는 2004년 심리학과 대학원 2년 차일 때부터 그 답을 찾아 나섰지만 미국 육군에서는 같은 질문을 수십 년째 해오고 있었다. 내가 그 퍼즐을 풀겠다고 나서기 약 50년도 전인 1955년, 제리 케이건(Jerry Kagan) 이란 젊은 심리학자가 육군에 징집된 후 웨스트포인트로 배치됐다. 그는 거기서 신입생도 중에 누가 남고 누가 떠날지 밝혀낼 목적으로 실시하는 검사를 담당하게 됐다. 무슨 운명인지 케이건은 웨스트포인트의 중퇴생에 대해 연구한 최초의 심리학자였을 뿐 아니라 내가 대학에 가서 처음 만난 심리학자이기도 했다. 나는 그의 실험실에서 2년간 시간제 근무까지 했다.
케이건은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려던 웨스트포인트의 초창기 노력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평했다. 그는 생도들에게 그림이 인쇄된 카드를 보여주고 무엇이 떠오르는지 말해보라는 검사만도 수백 시간은 했을 거라고 회상했다. 이 검사는 내면 깊숙이 자리한 무의식적 동기를 밝혀내는 데 목적이 있으며, 숭고한 행위와 용감한 공적을 떠올린 생도들은 중퇴하지 않고 졸업할 것이라는 근거로 실시됐다. 원리는 훌륭해 보이는 많은 아이디어처럼 검사도 실제로는 별 소용이 없었다. 생도들의 대답은 다채롭고 재밌었지만 그들이 실생활에서 내리는 결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 후로도 여러 세대의 심리학자들이 웨스트포인트의 중퇴생 문제에 매달렸지만 어떤 연구자도 왜 가장 촉망받는 생도 일부가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그만두는 일이 발생하는지 확실히 설명하지 못했다.
나는 비스트에 대해 알게 된 직후에 웨스트포인트 교수로 수년째 재직중인 군 심리학자, 마이크 메슈스(Mike Matthews)의 연구실을 찾아갔다. 메슈스는 웨스트포인트가 엄격한 입학 절차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지닌 남녀 생도를 성공적으로 가려내고 있다고 했다. 입학처 직원들이 지원자별로 SAT 또는 ACT 성적, 해당 연도의 졸업생 수를 고려한 고등학교 석차, 잠재적 리더십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 객관적인 체력 평가에서 받은 점수들을 대입해서 가중평균을 구한 종합전형점수(Whole Candidate Score)를 준거로 쓴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종합전형점수는 지원자가 다양하고 엄격한 4년 과정을 통과할 인재인지 판단하기 위해 웨스트포인트에서 마련한 최상의 추정치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생도들이 군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수많은 기술을 얼마나 수월하게 습득할 수 있는지 추측해보는 수치다.
종합전형점수는 웨스트포인트 입학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이마저도 비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생도를 확실하게 예측해주지는 못했다. 사실 종합전형점수에서 최고점을 받은 생도나 최저점을 받은 생도나 중도 탈락률은 비슷했다. 매슈스가 내게 연구실 문을 열어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매슈스는 자신이 청년 시절 공군에 입대한 뒤에 받았던 훈련에서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얻었다. 그가 받은 신병 훈련은 웨스트포인트의 기초훈련인 비스트만큼 끔찍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유사했다. 가장 중요한 유사점은 현재의 역량으로는 버거운 도전 과제들이 주어진다는 점이었다. 매슈스와 다른 신병들은 난생처음 처음 할 수 없는 일을 하라는 요구를 매시간 받았다. “2주도 안 돼 지치고 외롭고 좌절감에 빠져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동기들 모두가 그랬지요.”
일부는 정말 그만뒀지만 매슈스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위기 대처 능력과 재능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목격했다. 실제로 훈련 도중에 포기하는 신병들 중 그 이유가 능력이 부족해서인 경우는 드물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