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를 우선순위에 두기
2020년 부활절 주말. 외출했다가 집에 오니 공동 정원에 이웃들이 둥글게 둘러서 있었다. 서로 거리를 둔 채로. 그때 한 이웃이 나를 불러 세워 유리잔을 가져와 샴페인 파티에 동참하라고 초대했다. 나는 살짝 꺼려졌지만,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처지라 이웃과 어울릴 기회가 반가웠다. 키친타올을 가져와 샴페인 병에 두르고 따를까 잠깐 고민했다. 이미 여러 사람이 맨손으로 잡았을 테니까. 그러나 과민하거나 잘난 척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관뒀다. 나는 결국 코로나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
제안이나 초대 혹은 작업 의뢰 등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상대방에게 싫다는 말을 하려면 불편한 마음을 극복하고,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깊이 뿌리내린 예의 규범을 어기려면 의지와 기개가 필요하다. 어쩌면 거절할 수 없는, 매우 설득력 있는 근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탁월함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이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재산을 모을 수 없고, 아이를 정서적으로 건강한 어른으로 키울 수 없으며,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수 없다. 탁월함에는 시간과 에너지의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 탁월함을 위한 자리를 마련할 때라야 비로소 탁월함이 발휘된다.
이때 다른 사람들, 심지어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나 한눈팔게 하는 외적 요인과 내적 의심도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 “탁월함은 외롭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당신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 같은 위대한 운동선수의 개인 트레이너였던 팀 그로버가 말했다. “당신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곳 어디에나 다 있을 수는 없다.” 탁월함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만인의 연인처럼 모두에게 사랑받고 모든 일을 바르게 하려 한다면 정작 가슴이 뛰는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 자신의 목표를 알고 그것을 위한 공간을 지켜낼 대만 우리는 최고의 기량에 도달할 수 있다.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서 ‘좋아요’를 받지는 못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치러야 할 대가이다.
우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선택을 요구한다. 주변 사람들이 냉정 혹은 오만이라고 비판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시간만 뺏는 초대, 쓸데없이 긴 화상회의, 독이 되는 연인관계, 머릿속의 의심과 자기 비난에 단호하게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해서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나는 어떤 가치를 더 높게 여기는가? 아이의 생일 아니면 국제회의? 넷플릭스 아니면 인간관계? 자기계발 세미나 아니면 와인 모임? 신년회 아니면 피트니스센터? 대답은 오로지 당신만 안다.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친구 생일에 초대받은 딸을 태워다 주면, 수술 보고서를 읽을 수 없다. 급하게 잡힌 회의를 받아들이면, 친환경 기차 대신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다. 추가 주문을 받으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자신을 몰아쳐야 할 것이다. 모든 결과의 책임은 당신에게 있으므로 다음을 명심하자.
탁월함을 추구하는 동시에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자기 자신을 착취하고 야망을 부정하고 억누르면, 어느 정도까지는 견디더라도 장기적으로 역량이 계속 떨어진다. 그 결과 스스로는 물론 주변 사람들도 괴로워진다. 우리는 인내심을 잃고, 공격적인 사람이 된다. 이것을 막을 방법은 하나뿐이다. 우리의 잠재력을 맘껏 펼치며 살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기대를 자신의 기대로 착각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독일 배우 이리스 베르벤이 젊었을 때부터 늘 명심했던 좌우명 중 하나이다. “나는 이것을 정말로 원하는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원하기 때문에 나도 원해야 한다고 믿는 걸까? 행동이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지 언제나 점검해야 한다. 자신의 기대를 지켜내려면 많은 에너지가 든다. 그러나 행복해지는 길은 그것뿐이다.”
우리 삶의 지휘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친절함을 훈련하는 대신 우리는 전략적으로 미안한 마음과 자책 없이 싫다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스스로 정한 가치와 우선순위, 목표가 잣대여야 한다. 거절의 표현과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 당장 내일 회의를 할 수는 없어요. 미안하지만 지금은 주문을 더 받을 수가 없어요. 가족을 위해 내 경력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엄마(아빠) 역할을 직업보다 아래에 두고 싶지 않아요. 명확하게 표현하려면 처음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반복하다 보면 습관이 된다. 이런 결정은 이기주의에서 나온 게 아니다. 에너지나 정신력을 누구 혹은 무엇에 바치고 싶은지 의식적으로 선택한 결과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탁월함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