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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젊은 교수의 글!-- 김병준 사퇴 반대!

리첫 2006. 8. 2. 16:24
꼴에 교수직에 있다 보니, 처음으로 인사청문회 아닌 인사청문회를 끝까지 다 봤다.

30대 중반의 젊은 교수로 마치 내가 개혁의 기수인양, 나이 드신 교수들이 만들어놨던 그 썩어 빠진 관행들을 결코 번복하지 않겠다고 평소 나불거렸던 내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다.

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젊은 교수인 나에게 언론나부랭이가 만든, 한나라당과 열우당 들개들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난 1시간 내로 벌거벗겨질 것이고 흥분할 것이고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며, 물귀신작전을 구사할 지도 모른다.

10년 전 썼던 논문 한 줄 한 줄을 읽으며 논제의 독창성을 질타하고, 8~9년 전 관여했던 BK21의 영수증을 들이대며 밥값과 연구인건비, 교통비와 회의비 목록을 조목조목 따진다면… 난 바보처럼 주눅 들거나 남들 다 그런다며 얼굴 붉힐지 모르겠다.

내 박사논문을 요약해서 학회지에 게재했으며, 연구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며 2년 동안 비슷한 논제로 표본의 대상만 바꿔가며 업그레이드한 논문 2편이 내평생의 발목을 잡을지 모르겠다.

잘 아는 학회지에 게재하기 위해서 논문은 내가 쓰고 후배와 공동명의로 제출한 결과가 논문대필로 몰릴지 모를 일이며, 월80만원의 시간강사료가 주는 궁핍함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실적 부풀리기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허허허… 나오느니 오로지 쓴웃음이다.

부천시 원미갑 초선의원인 임해규라는 놈의 말이 가관이다. 여기 오기 전에 많~은 훌륭하신 교수님들께 여러 차례 전화 드려 충분히 확인했는데, 교육부총리의 과거와 윤리의식에 대단히 분노하고 있단다.

공공의적 2 에 나오는 정준호와 같은 말끔하고 세련되고 부유하며 매력적인 직업을 지닌 악마… 그들이 바로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이 통화한 고매한 교수님들이다.

당신들이 얼마나 석박사 과정생들의 연구비를 착복해왔고, 얼마나 많은 제자의 논문을 공동연구라는 이름으로 탈취했으며, 하다못해 그 잘난 박사학위를 볼모로 연구지도비 명목으로 삥뜯은 150수 고급양복과 불로장생을 상징한다던 거북이 금붙이와 ‘반드시 현찰’을 정녕 다 까먹어버렸단 말인가?

감히 어느 교수놈이 김병준 자리에 앉아서 5분을 버틸 것인가? 그런 놈 따위가 윤리를 들먹이고 학자적 양심을 나불거리는 현실이 악몽스럽다.

10시에 출근해서 3시에 퇴근(방학기준, 실제로는 그나마 잘 안나 옴)하며 연봉 5~7천만원은 거뜬히 받아먹는, 더 이상 썩을 꺼리도 없는 전국사립대학 교직원 노동조합에서 김병준 사퇴를 촉구한단다. … 허참… 껄껄…

주 8시간도 노동하지 않는 너희놈들 10명만 용퇴해도 똘똘하고 어려운 학생 100만원씩 500명을 장학금 줄 수 있다.

김병준 부총리라는 사람… 왜 그리 노통이 중용하고 돌려쓰는지 오늘에야 알 수 있었다. 29세 청춘에 교수가 되어 지방행정분야에 독보적인 연구업적을 쌓아온 사람이 저리도 실무 전반에 해박한 지식이 있다는 것이 거듭 놀랍고, 거울에 비춘 내 모습이 부끄럽다.

김병준, 결코 사퇴해선 안 된다. 히딩크 사퇴 못시켜 안달 났던 언론과 박수쳤던 국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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