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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논술강사 ‘말발’에 속지마라!

리첫 2006. 11. 1. 06:29
논술강사 ‘말발’에 속지마라!
한겨레 박창섭 기자
논술 공부 99%는 잘못됐다

학원가에서 통용되는 논술 첨삭의 불문율. 1주차 50점. ‘그래 내가 원래 논술 못하잖아.’라고 실력 인정. 2주차 살짝 올려 55점. ‘어 1주일만에 실력이 늘었네?’라며 반색. 3주차 60점, 4주차 70점. ‘일취월장’ 자신감 팽배. 5주차 슬쩍 내려 60점. 다시 긴장. 6주차 70점, 7주차 80점, 마지막 주 90점으로 마무리. ‘실력이 향상됐다’며 만족. 하지만 실제 시험장에 가면 그 결과는?
 

논술 강사는 논술문을 잘 쓸까? 아니다. 이유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논술 강사의 첫번째 평가 기준은 글쓰기 실력이 아니라 말하기 능력이기 때문. 학생들을 휘어잡는 언변과 지도 테크닉만 있으면 실력있는 논술강사. 강사들끼리 만나면 한결같이 하는 얘기는 “요즘 논술 진짜 어렵다” “그런데도 글을 써내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솔직히 우리가 논술시험을 보면 몇 점이나 받을까?”….

 

주입식 학원 강의, 논술 시험 망친다. 고3 대상 학원 논술강의-초반 논제 파악하기, 논술문 쓰기 개론 강의, 중반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 대중문화 등 배경 지식 강의, 종반 실전 문제풀이. 논술학원은 “백미러와 지시등이 일직선이 되었을 때 브레이크 밟아라” “운전대와 장애물이 30cm 벌어지면 핸들을 두 바퀴 돌려라”라며 운전실력과 하등 상관없는 공식을 가르치는 자동차학원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창의적 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얼마전 서울대 논술에서 <어린 왕자>에 나오는 왕자와 여우의 대화를 읽고 인간 소외에 대해 논하라는 문제가 나왔는데, 수험생의 70%가 학원에서 배운 걸 자랑이라도 하듯 김춘수 시인의 <꽃>을 인용, 교수들 아연실색.

 

논술 첨삭 엉터리다! 강사가 하지 않는다. 편당 4천~5천원을 주고 아르바이트 대학생에게 맡긴다. 논술 경향도 모르고 논술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대학생들은 맞춤법이나 씌어쓰기, 문장 구조 등만 지적. 학원은 학생들로부터 편당 1만~1만5천원씩 첨삭료 받아 값싸게 외주를 주고 이윤만 챙기는 셈.

 

연 수강생이 3만명에 이르는 수능 언어강사가 대한민국 논술 교육의 실상을 고발한 <논술 공부 99%는 잘못됐다>는 책에 나온 내용이다. 일부는 많이 들은 내용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충격적이다 못해 절망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논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 한마디로 말하면 논술은 ‘교육부가 용인한 대형 사기극’. 수능 시험만으로도 얼마든지 대학 입시를 치를 수 있음에도, 논술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또 하나의 거대 사교육 시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대안은 공교육의 주축인 학교에서 제대로 논술을 가르치는 것. 학교는 △모든 과목 교사가 확보돼 있어 통합 논술에 가장 유리하고 △학급당 학생수가 30명 안팎으로 적어 토론식 수업을 할 수 있어 논술 강의에 최적의 환경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 학생들은? 학원을 끊고 책읽는 습관을 들이란다. 읽은 책을 통해 지식을 확장하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게 최고 학원에서 최고 강사의 강의를 듣는 것보다 좋다고 한다. 이상수 지음. 황금부엉이/1만2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