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을 던지는 다양한 방법 익혀라 | |
최현준 기자 박종식 기자 | |
정시대, 4개대 수시2학기 경향에서 실마리 찾기
대입 정시 원서 접수가 곧 시작된다. 비슷한 성적의 학생들이 같은 대학에 응시할 것으로 보면 논술이 갖는 영향력은 한층 커진다. 올해 수시2학기 논술은 2008학년도 통합논술의 전초전 성격을 갖지만, 2007학년도 정시 논술을 예측해 볼 수 있는 가늠자의 의미도 갖는다. 수시2학기 논술을 치른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등 모두 20여개 대학. 이 가운데 문제를 공개한 4개 대학의 논술 문제(인터넷한겨레(hani.co.kr) 참조)를 살펴본다. 총평, 통합교과적 특성 두드러져=2007학년도 수시2학기 논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2008학년도 통합교과형 논술의 성격을 반영한 문제들이 다수 출제됐다는 점이다. 암기된 지식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평가하고자 하는 대학의 의도가 반영돼 있다. 제시문은 어렵지 않고 익숙한 것들이 많았다. 반면 논제의 요구 사항들은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요약은 물론 비판, 비교, 분석, 구체적 사례 제시 등이 다양하게 출제됐다. 특히 틀에 박힌 문제 유형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문제를 다양한 고전 속에서 재해석하고, 이를 현실의 문제로 환원시켜 볼 것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많았다. 이런 특징들은 2007학년도 정시 모집에서도 일정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물을 넓게 쳐서 빠져 나갈 구멍을 줄이는 방식보다, 그물을 던지는 다양한 방법들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주어진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서울대
서울대, 쉽지만 까다롭네=제시문으로 활용된 제재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실린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에 관한 글이다. 역사서를 활용하고 있지만 역사적 배경 지식이나 관점을 묻지는 않는다. 논제의 핵심은 일단 객관적 사실인 제시문 ‘가’를 제시문 ‘나’의 성격에 맞춰 재작성하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답안을 제시문 ‘나’와 같이 비판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난이도는 문제를 풀기 힘들 정도로 높진 않다. 하지만 주어진 여러 조건들을 만족시켜가며 자신의 논리를 끌고 가는 과정이 간단치 않다. 단순한 역사적 지식이 아니라 가치관과 가치 실현의 방법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의 연습보다 꾸준한 독서와 깊이 사고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고려대
고려대, 어렵네 정말=통합교과형 논술 모의고사 및 수시1학기 논술 시험과 비슷한 유형으로 출제됐다. 인문계열 논술 시험은 ‘의사 결정의 기준과 방법’이라는 주제로, 자연계열은 ‘근대화와 사회 변화’를 주제로 제시문과 논제를 구성했다. 언어와 수리를 별도의 시험으로 치르지 않고 하나로 통합시켰으며, 교과 지식을 다양하게 활용해 공통 주제에 대해 논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제시문 사이의 연관 관계에 대한 다양한 사고를 기초로 논제에 답하는 고대 수시 논술의 특징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도 이런 연관 관계 파악이 문제 해결의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강대, 잘개 쪼개진 문제·제시문=계열별로 다른 문제가 출제됐다. 여러 개의 문항으로 나눠 설명, 요약, 비교, 분석, 구체적 사례 제시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답안의 길이도 500~600자, 800~1000자, 1200~1400자, 제한 없음 등으로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경상 계열은 토머스 휴즈의 <거대 기술체계의 진화> 등 8개의 제시문이 나왔다. 여기에 관련 기사 및 표를 더 주고 각 관점들에 대해 비교·비판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도록 했다. 이공 계열은 수학과 과학에서 ‘0’이 가진 의미를 예를 들어 설명하도록 했다. 인문사회 계열은 김춘수의 ‘꽃’ 등 4편의 제시문에 드러난 인생관을 대비·비판하고, <논어>에 드러난 공자의 도덕관과 정의관에 대해 비판·변호하는 문제 등이 출제됐다. 성경과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등을 제시문으로 주고 각 글에 나타난 인간관과 그 한계,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논하도록 하는 문제도 출제됐다.
●한국외대
한국외국어대, 한자 섞인 제시문=우리 사회의 윤리적 문제를 고민하고, 나아가 세계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첫번째 문제는 ‘도덕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정당한가’를 묻고 있다. 자유주의적 관점과 도덕적 후견주의적 관점에 따라서 견해를 논리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문제다. 법과 도덕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할 것인가를 묻기 위해 출제됐다. 두번째 문제는 제시문 이해를 토대로 사회적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고, 세번째 문제는 지구촌 시대를 맞아 문화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문화간 의사소통 능력을 증진시켜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제시문은 국한혼용문 형식으로 한자가 많이 섞여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도움말=이석록 메가스터디 평가소장, 김명찬 종로논술연구소 통합논술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