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이만기의 논술경향 분석, 서울대학교--암기식 아닌 '개인의 지적 사고' 발휘를

리첫 2006. 12. 18. 16:32
이만기의 논술경향 분석, 서울대학교
암기식 아닌 ‘개인의 지적 사고’ 발휘를
한겨레
»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대치동 강남메가스터디학원에서 정시모습 논술싷머에 대비한 강의를 듣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대학교는 2005학년도부터 논술고사를 다시 도입한 이래 올해로 세번째 정시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서울대가 출제한 그 동안 정시 논술과 수시 논술을 살펴보면 2008학년도 대학별고사를 염두에 두면서 논술 형태에 크고 작은 변화를 주어왔음을 알 수 있다. 정형화된 논술고사를 지양하여 족집게식 논술 공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30일에 치른 2007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는 서울대 논술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시 논술의 경우, 다양한 사고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개의 참고문이나 사례를 제시하고 이를 활용하거나 인용하게 했다. 이와 반대로 이번 수시 논술의 경우는 제시문 수가 적고 이해하기에 대체로 평이했던 대신, 창의적인 답안 작성 능력이 필수적이었다. 제시문이나 사례문을 읽어 나가면서 논지의 진행 방향을 설정하는 형태의 논술이 기존 정시 논술이었다면, 이번 수시 논술에서는 제시문을 일단 읽고 난 뒤, 충분한 개인적 사고의 시간을 거친 뒤 구조적으로 짜임새 있고 내용적으로 창의적인 글을 써야 했다. 수시 논술을 치른 많은 학생들이 분량이 가장 부담스러웠다고 했는데, 평소에 제시문에서 쓸 거리를 찾아내던 습관이 있었다면 충분히 그럴 법하다.

 

서울대는 정시 논술도 2007학년도 수시논술의 경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논술의 형태가 어떨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보다는 지금까지 서울대 논술의 변하지 않았던 틀을 토대로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 2007학년도 수시 인문계 논술 ■

<삼국사기>를 다시 편찬한다고 가정하고, 제시문 (가)의 사실에 대해서 제시문 (나)와 같은 성격의 글을 작성하라.

 

가) 김부식, <삼국사기> 호동이야기

나) 김부식, <삼국사기> 호동의 행위에 대한 논평

반영비율 20%, 분량 2,500자(±300자), 180분

 

2006학년도 정시 인문계 논술

 

사례에 나타난 세 가지 경쟁의 성격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의 공정성과 경쟁 결과의 정당성에 대해서 논술하시오.

 

가) 개릿 하딘, <공유의 비극>

나) 아담 스미스, <도덕감정론>

다) 요제프 A. 슘페터,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

라)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법, 입법, 그리고 자유>

마) 존 롤즈, <사회정의론>

바) 오토 슐레히트, <사회적 시장 경제>

사) 리스본 그룹, <경쟁의 한계>

 

2005학년도 정시 인문계 논술

 

제시문에 드러나 있는 사물의 인식 방법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이에 근거하여 제시문의 내용을 논하시오.

 

주어진 다섯 개의 문장들을 논술에 활용하되, 그 가운데 한 문장을 반드시 직접 인용하여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를 논술하시오.

 

가) 박지원,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열하일기>

나) 외국 시민교육기관의 자료집에 나와 있는 우화를 각색

■ 서울대 논술,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첫째, 서울대 논술은 시사적인 주제보다는 학문적 분석과 지적인 고찰을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주제로 삼는 경향이 강하다. 또 여러 가치관이나 판단 기준이 상충하는 문제를 제시하고 우선 순위를 설정해야 하는 논제를 주로 출제한다. 암기식 답안이 아닌 개인의 지적 사고가 발휘되야 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여러 고전이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는 각종 선택의 기로라든지, 현대 사회에서 쟁점화될 수 있는 문제(노사 문제와 기업 윤리, 법 질서와 양심 등)를 찾아봐야 한다. 다음 어느 한쪽의 입장을 분명히 하되 자신의 선택에 힘을 실어줄 논리적 근거를 정리해봐야 한다. 논리적 근거가 확실하다고 할 때 이왕이면 통상적인 선택이 아닌 소수의 선택에 서는 것이 참신성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둘째, 서울대 논술은 제시문보다는 논제 중심이다. 그리고 논제에 추가적인 요구사항이 들어가는데 이를 반드시 엄수해야 한다. ‘정해진 문장을 논술에 활용하라(2005 정시)’, ‘7개에 이르는 다양한 제시문을 참고하라(2006 정시)’ 외에 독특한 형태의 요구사항이 이번에도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요구사항을 지키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논술문 어느 부분에 그것을 배치할 것인가도 신경을 써야한다.

 

셋째, 서두와 결론 구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배경지식을 끼워 맞추기식으로 제시하는 서두나 채점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식의 진부한 서두, 본문의 내용을 중언부언하는 결론이나 끝맺음이 허술한 결론 모두 피해야 한다. 매일 2500자의 논술 연습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서론과 결론만이라도 인상적으로 쓸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길 권한다.

 

넷째, 다른 대학에 견줘 글자수가 많은 2500자의 답안을 요구하고, 시험 시간도 180분이나 돼 적절한 시간 안배와 분량 조절이 요구된다. 또 채점자 역시도 2500자의 답안을 읽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볼 때, 자연스럽고 쉽게 읽히는 간결한 문장, 어휘의 명확한 이해가 드러나는 고급스러운 문장에 점수를 주게 된다. 모범 답안이나 중수필을 많이 읽고 매력적인 문장을 자신의 논술문에 적용해보는 것도 문장력 향상 방법이다.